어느 채널을 보니까 한국 사람들이 금년에 가고 싶었던 8개의 도시 이름들이 순서대로 나열되어있다.

1. 파리 / 2. 뉴욕 / 3. 런던 / 4. 시드니 / 5. 호놀룰루 / 6. 워싱턴 D.C. / 7. 로마 / 8. 싱가폴 / 

이 해외 도시들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내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나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엘에이에 살면서 매년 전시를 위해 세계 여러 도시를 여행할 기회를 가졌다. 이 모든 여정은 단순한 행운 이상의 것이었다.

사실, 나는 내 실력보다는 순전히 하나님의 은혜로 International Artist Group에 속할 수 있었고, 덕분에 해마다 초청받아 세계 각지의 작가들과 교류하며 잊지 못할 시간을 보냈다.

전시 여행은 내게 단순한 작업 이상의 의미였다. 나와 다른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그들의 시각을 이해하는 즐거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유숙하며 쌓은 깊은 우정, 그리고 나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움의 순간들이 어우러져 내 인생의 귀한 시간이 되었다.

내가 전시를 위해 방문했던 도시들은 파리, 뉴욕, 런던, 벨기에, 독일, 덴마크, 엘에이, 일본과 한국의 세종문화회관 등이다. 그중에서도 파리는 여러 차례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특히 모네의 정원을 찾아가 그의 유명한 연꽃 연못을 직접 본 순간의 감격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상상 속보다 훨씬 크고 웅장했던 그 연못 앞에서 나는 잠시 시간도 잊고 모네의 영혼과 마주했다.

독일 역시 세 번 방문했는데, 무너진 베를린 장벽도 보면서 감회가 깊었다. 2005년도 그 당시에도 동독인들의 생활이 매우 어렵던 것을 목격했다.  우리 화가들의 전시관은 나치들이 유태인들을 생채실험 하던 아주 큰 저택이었고 숙소는 “게슈타포(Gestapo)”가 거하던 곳이어서 등골이 오싹 하기도 했다. 그곳에서의 경험도 매우 특별했다.

저녁에 오랜만에 사진첩을 꺼내 보니 당시 젊었때의 내 모습이 참 싱그럽다.^^ 화폭에 담았던 장면들, 미소로 반겨 주었던 해외 작가들, 그리고 그곳에서의 풍경들 모두가 내 추억 속에 여전히 생생하다.

위에 열거한 한국 사람들이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위의 여덟 도시 중 전시와 여행을 합쳐 내가 다녀온 곳은 여섯 군데나 된다. 그 시절을 돌아보니, 참으로 복된 시간들이었다. “삶은 고난 속에서도 끝까지 견디는 이에게 따뜻한 선물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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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7도 / 수영장 다녀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