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벌써 주말로 접어든다. 오늘 낮에 빅토리아 아들이 와서 집을 깔끔하게 청소해 주었다. 거실의 커다란 유리창문도 사다리를 놓고 밖에서까지 깨끗이 닦아주었다. 이 창문은 안쪽에서는 내가 닦을 수 있지만, 밖은 사다리를 사용해야 해서 내겐 어려운 일이었다. 빅토리아 아들은 마음이 곱고 친절하다. 그가 청소를 도와줄 때면 나는 정성껏 따뜻한 밥상을 차린다.
오늘의 메뉴는 콩 많이 넣은 잡곡밥, 청국장, 새우전, 김치, 그리고 불고기였다. 사실, 우리 집 청국장은 꽤 유명하다. 나는 조문숙 된장, 조문숙 청국장, 그리고 조문숙 청국장 가루를 섞어 청국장을 끓인다. 이 제품들은 밴쿠버 로컬에서 만든 첨가물 없는 고급 제품이라 맛이 탁월하다. 여기에 집에서 여러 재료를 넣어 만든 육수를 더하면 청국장 맛이 한층 깊어진다. 타로를 녹인 육수를 바탕으로, 마지막에는 부드러운 두부를 듬뿍 넣고 잘게 썬 파 한 줌을 더하면 뚝배기 안에서 ‘부글부글’ 끓으며 맛있는 소리가 나니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빅토리아 아들은 고추 반개를 넣어 약간 매콤하게 끓인 청국장이 정말 맛있다며 ‘훌훌’ 잘 먹어 주었다. 그의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뻤다. “어머니,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그의 이 한마디는 언제나 내 마음을 든든하게 만든다. 생물학적 아들은 사정상 자주 올 수 없고 집 청소도 돕기 어렵지만, 가까이 사는 양아들은 이렇게 정성껏 나를 챙겨주니 내가 늦복이 있다는 생각에 감사함이 절로 든다.
식사가 끝난 후 내가 직접 말린 바나나 칩을 접시에 담아 주었더니, 아들은 맛있다며 기뻐했다. 남은 바나나 칩을 봉투에 담아 일하면서 먹으라며 건네주니 고맙다고 웃으며 돌아갔다.
이렇게 서로 도우며 힘이 되는 관계라니, 우리의 관계가 참으로 아름답고 소중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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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흐리고 해나고 / 6도 / 저녁에는 교우 두 분이 다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