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인회 송년회가 있는 날이라고 착각하고 송년회 모임에 갔다. 모임 시작 시간은 7시였고, 회장단이 저녁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조금 도와주려는 마음으로 지정된 장소에 한 시간 일찍 도착했다.
파킹장에 도착하니 자동차가 한 대도 없었다. “내가 너무 일찍 왔나 보다…” 하고 생각하며 차 안에서 기다리다가, 잠시 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있던 한 사람이 인사를 하며 무슨 일로 왔는지 물었다. 나는 “오늘 7시에 한인회 송년회가 있어서 왔어요.”라고 대답하며 긴 의자에 앉아 사람들을 기다렸다. 한 10분쯤 기다리는데 아무래도 예감이 이상해서 한인회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모임 장소와 시간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전화를 받은분이 깜짝 놀라면서 모임은 오늘이 아니라 다음 주 토요일이라는 것이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며 생각을 더듬어 보았다. “아, 오늘이 12월 첫째 주 토요일이구나!” 그제야 실수한 걸 깨달았다. “아이고야, 우째 이런 일이…” 하며 서둘러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 카렌다를 들여다보니, 내가 적어 둔 ‘한인회 송년회’라는 메모가 확실히 다음 주 날짜에 적혀 있어서 허탈하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왜 나는 아침부터 오늘이 한인회 송년회라고 착각했을까?
돌아오는 길에 하숙샘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 식사를 혼자 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하숙샘은 “요즘 하숙아줌마가 깜빡깜빡하는 거 보니, 나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내가 어디 가서 밥을 먹겠어요?” 라며 걱정하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카렌다에 적어놓은 날짜와 시간을 더 꼼꼼히 확인하자고 구호를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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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11도 / 맑고 흐리고 가랑비까지 /
간밤에 몇 시간밖에 못 잤다. 그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결과를 보기 위해서였다. 이곳 시간으로 밤 12시부터 시작된 국회의원들의 투표 결과는 참담했다. 첫 번째 김건희 건은 단 2표 차이로 통과하지 못했고, 두 번째 윤석열 탄핵도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이 되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민주당 의원들이 간절히 호소하며 투표를 독려했지만, 국민의힘 당은 자기들끼리 결집하여 어디론가 사라졌고,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국민의힘 당과 비례 대표 포함 3명 투표했다.
나중에 밖으로 나온 젊은 소장파들 다섯명 중 세명이 (김재섭, 우재준, 김상욱) 마이크 앞에서 한 말이 기가 막힌다. “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능력도 없고, 탄핵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당론(국민의힘)에 따르기 때문에 투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에 우뚝 서기를 바란다.”며 눈물까지 흘렸다. 어제는 안귀령의 ‘보석 같은 눈물’을 보았고, 오늘은 이 무지한 놈들이 흘리는 ‘악어의 눈물’을 보았다. 자기들의 자리 안뺏기려고 최악의 대통령 탄핵과 마귀 사탄에 둘러싸여있는 마누라 특검에 동참하지 않는 니 들, 니들이 더 나빠. 역사가 심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