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샘이 아침에 말했다. “밭에 갓이 많이 돋아났어요. 너무 촘촘해서 솎아야 할 것 같아요.”
오후에 밭에 나가 보니, 올봄에 심었던 갓에서 떨어진 씨앗들이 한곳에 소복히 촘촘히 자라나 있었다. 솎아내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작은 의자를 만들어 앉아 하나씩 정성껏 솎아 심었다. 갓은 이곳 마켓에서는 구하기 힘든 귀한 채소라 더 정성을 쏟아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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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많아지니 자연스럽게 내 글 속엔 할매, 할배들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젊은이들이여, 내가 이 글들을 통해 전하는 웃음과 교훈을 잘 간직해 주기를 바란다. 언젠가 내가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할 날이 오더라도, “그때 그 엘리샤 할매가 이런 얘길 했었지…” 하며 한 번쯤 미소 짓기를 기대한다. 자, 그럼 우리 할매 할배들의 소란스럽고 정겨운 일상을 펼쳐 보자.


1) 엘리샤 할매의 송년회 해프닝
지난주 토요일을 기억하는가? 송년회 날짜를 착각해 일주일이나 일찍 한인회 홀로 열심히 달려갔던 나. 홀 안은 텅 비었고, 나는 그곳에서 혼자 시간을 지키며 멋쩍은 웃음만 지었다. 그래도 그날의 교훈은 명확했다. 달력을 더 꼼꼼히 보자!


2) 쥬디 할매의 팬티 소동
수영을 끝내고 탈의실에서 옷을 입던 쥬디 할매. 그녀가 가방을 뒤적이며 중얼거렸다. “아니, 팬티를 가져왔는데 어디 갔지? 나는 맨날 찾는일로 시간을 허비해. 아이고 답답…”하며 자신의 정신 없음을 한탄했다. 내가 나도 한 번은 속옷 안 가져온 날이 있었는데 겉옷만 입고 집에 간 적이 있었다고 말하며 쯧쯧 소리를 냈다. 그런데 잠시 후, 쥬디 할매는 갑자기 까르르 웃으며 외쳤다. “Oh my goodness, 여기 있었네!” 알고 보니 쥬디 할매는 가져온 팬티를 이미 반쯤 걸치고 있었던 것이다.


3) 필리스 할매의 착각
지난 금요일엔 필리스 할매가 전화를 걸어 물었다. “엘리샤, 내일 니네집 파티 맞지?” 나는 놀라 되물었다. “그 파티는 11월 마지막 주 토요일이었어. 내가 한 달 전에 분명히 날짜를 말했는데, 그리고 그동안 네가 수영장에 못 나와서 확인 못 했지.” 필리스 할매는 몸살로 고생했다면서 자기는 12월 첫째 주로 잘못 알고 있었다며 서운해했다. 여러 착각들도 이렇게 할매들의 삶을 흥미롭게 만든다.


4) 래이 할배와 귀걸이
오늘 Hot Tub에서 본 래이 할배는 왼쪽 귀에 금 귀걸이 두 개를 달고 있었다. 나이 든 할배의 귀걸이라니, 살짝 신기해서 말을 걸었다. “귀걸이가 멋지네요.”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이건 내가 십대 때부터 끼던 거야. 특별한 날엔 꺼내서 달곤 하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멋 좀 부려보고 싶어서.” 그러면서 귀 구멍을 뚫고 온 날 아버지께 아주 많이 혼났던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며 크게 웃었다.


5) 제이 할배와 수염 이야기
옆에 있던 대머리인 제이 할배는 자기 수염을 쓰다듬으며 푸념했다. “예전엔 장발을 했다가 할아버지께 바리깡으로 머리를 밀렸던 시절이 있었지. 지금은 그 많던 머리카락은 다 사라지고, 필요 없는 수염만 자란다니까.” 그러면서 머리숱 많은 곁의 다른 할배를 가리키며 “저 사람은 참 행운아야.”라며 부러워했다.


이렇듯 우리 할매, 할배들의 일상은 사소하지만 활기로 가득하다. 젊은이들이여, 우리가 만들어 가는 이 소동 속에서 삶의 작은 재미와 교훈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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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8도 /  / 수영장 다녀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