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식사를 위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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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서 신나게 운동을 마친 뒤, 탈의실로 와서 샤워를 하는데 곁에 있던 할매가 눈길을 끌었다. 둥글둥글한 샤워 스펀지에 비누를 듬뿍 묻혀 팔이며 다리며, 어깨며 앞 가슴까지 열심히 문지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 순간, 할매가 두리번거리며 등 쪽을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것 아닌가.
나는 눈치껏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excause me, 제가 당신 등에 비누칠을 좀 도와드릴까요?”
할매의 얼굴에 갑자기 환한 웃음꽃이 피더니, 내 손에 샤워 스펀지를 쥐어주며 이렇게 말했다.
“어머나, 그렇지 않아도 늘 등에 비누칠 못하고 답답했어요. 해주시면 너무 고맙죠!”
그래서 나는 스펀지를 들고 슥슥, 솩솩, 등 전체를 시원하게 문질러 주었다.
“내가 어릴 때는 목욕탕에 가면 모르는 사람끼리라도 서로 등을 밀어주곤 했어요. 그때 생각이 나네요,” 하며 말을 꺼냈다.
할매는 그 얘기를 듣더니 갑자기 신이 나서 말했다.
“내가 예전에 미국에 한 번 놀러 갔었거든요. 한국 친구가 스파에 데리고 갔는데, 거기서 아주머니가 내 몸을 마사지하며 때를 밀어줬어요! 글쎄, 몸에서 구슬 같은 때가 막 나오는 거지 뭐예. 그거 보고 나는 어찌나 놀랐던지! 내 살에서 그렇게 많은 때가 밀려 나오는것을 그때 처음 알았어요.”
할매는 웃음을 터뜨리며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는 듯했다. 나도 할매의 등 전체를 비누칠하면서 내가 어릴때 목욕탕에서 모르던 사람이라도 서로 서로 등을 밀어주던 정 많던 시절 생각이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이 들었다.
‘비단 잠깐의 등 밀기에도 사람 사이에 이렇게 따스한 정이 오가고 기쁨이 전해지는데, 우리가 서로에게 조금 더 힘을 보태며 살아간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더 따뜻해질까?’
할매에게 등을 밀어주며 나누었던 얘기들이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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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 자기전에 내일의 식 재료를 이렇게 준비해 둔다. 밥 솥에는 현미와 통밀을 불리려고 물을 부어놓는다. / 멸치 육수를 만들기위해 – 멸치, 다시마, 무우, 대파, 건새우를 우려낸다. / 하루 마실 tea도 밤 새 우려낸다. – 생강, 강황, 민들레 말린것, 계피대, 대추 /
저녁으로는 돌솥 밥, 계란 찜, 두부 된장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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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6도 / / 수영장 다녀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