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근 교수를 처음 알게 된 지 어느덧 25년이 흘렀다. 미국에 있을 때부터 인연을 맺었던 분으로, 문학계에서는 이름난 문학 평론가이며 한국의 부경대학에서 평생 영어를 가르치던 영문과 교수였다. 몇 년 전 은퇴한 뒤에도 여전히 글쓰기에 열정을 쏟으며 살아가는 분이다. 밤늦도록 책과 씨름하며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모습이 쉽게 그려진다. 그동안 여름 휴가철에는 우리 집을 몇 차례 방문했고, 이곳 문학회원들에게 수필 공부를 지도해 주시기도 했다.
박교수님과 한 시간 넘게 통화를 하게 된 것은 참 뜻밖이었다. 평생을 두고 이렇게 오랫동안 전화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기에 더욱 놀라웠다. 대화 중, 종종 “하나님”과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그분의 모습에 나는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분의 아버지는 스님이셨고, 절과의 인연이 깊은 분이기 때문이다. 사월 초파일 같은 불교 신자들의 절기에 맞춰 절에 다니며 기도도 드리는 분이었기에, 그분의 입에서 하나님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내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박교수님은 평생 글쓰기에 너무나 몰두하며 살아오셨다. 그래서인지 때로는 곁에 사람이 있어도 무심히 지나치며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의 감정이나 위로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는 그분이 사람이 나빠 서라기 보다는 자신의 일에 지나치게 몰두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아마도 그분과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은 실망하거나 거리를 두기도 했을 것이다. 나 또한 한때 그분의 이러한 성격 때문에 상처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그분의 장점이 단점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지금은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이번 통화는 서로의 안부를 묻는 따뜻한 시간 이었지만, 무엇보다 내게는 특별한 순간으로 남았다. 박교수님이 여러 번 “하나님”과 “크리스마스”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묘하게 기쁘게 들렸기 때문이다. 대화 도중, 머리가 무거울 때면 절에 가서 기도를 드린다고 말을 했다. 순간 나는 박교수님이 부처님께 기도드린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대화에서 “하나님”에 대한 언급과 크리스마스를 특별한 날로 생각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그분의 고백은 내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깊은 울림을 주었다.
아마도 박교수님의 내면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절과 교회를 모두 아우르는 신앙적 태도는 어떤 면에서는 그분이 글을 대하는 깊은 사색과 닮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는 그분의 삶이 단순히 하나의 틀에 갇힌 것이 아니라, 늘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임을 보여주는 듯했다. 박양근 교수님의 건강을 위해 잠시 기도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샬롬
서로의 속마음을 가감없이 나누었던 매우 뜻깊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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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교수님이 최근에 발간한 31번째의 책 ‘문학속 두 이야기’ 곧 빅토리아에 도착할 예정이다. 마음이 설례인다. (그동안 캐나다 우체국 파업으로 못 보냈는데 지난 주 부터 파업이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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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상 : 양배추를 삶아서 속에 닭 살과 야채를 볶아서 계란과 함께 넣어 구워냈다.
아침에는 주로 이렇게 먹고있다. : 과일 2~3가지, 양파 피클, 반숙, 아까 구워낸 양배추 전, 방울 토마토, 삶은 비트2가지 (red, yellow), 요거트와 블루베리, 잣 그리고 생강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