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5일 주일에 유아세례를 받았던 김민규, 황남경 부부의 두 귀여운 자녀들을 우리 집에 초청했다. 양가 부모님들께서 모두 밴쿠버에 살고 계신데, 이번 연휴를 맞아 빅토리아에 방문하셨기에 함께 모실 수 있었다.

사실 나는 교회에서 특별히 맡은 일이 없어서 (내가 들어갈 만한 부서가 딱히 없다), 목사님께 부탁드려 새로 오는 교인들이나 젊은 부부의 부모님들이 방문할 경우 힘 닿는 대로 초청하며 성도로서의 작은 정성을 다하고 있다.

교회에서 예배만 드리고 얼굴을 스쳐 가는 정도로는 아무리 오래 다녀도 진정한 교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함께 떡을 떼고 차를 마시며 살아온 유쾌한 이야기로 꽃을 피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이 들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게 된다.

이 가정의 장남인 김지한은 내가 가을에 열었던 행사인 ‘Fun with Alicia’에 참여했던 귀염둥이이다. 교회에서 나를 보면 반갑게 눈인사를 하고 지나간다. 다른 아이들도 종종 내게 다가와 손을 잡거나 허리를 감싸며 허그를 해주는데, 지한이 역시 그중 한 명이다.

내가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모두가 맛있게 먹어주었고, 특히 “아, 참 행복하다”라는 말을 여러 번 들으면서 나 역시 함께 행복함을 느꼈다. 이렇게 나누는 따뜻한 교제가 우리들 서로의 마음에 큰 기쁨을 주었다.

 

**사실 오늘 모임에는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나는 음식을 거의 다 준비해 놓고 황남경 자매에게 확인 전화를 걸었다.

“오늘 1시 오는 거 맞지요? 음식 다 준비됐고 기다릴게요.”

그러자 자매가 잠시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네에… 내일 아닌가요?”

그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뭐라고요? 이번 주 목요일 이라고 했잖아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렇게 많은 음식을 오늘 다 준비했는데, 내일 다시 똑같이 만들 자신이 없었다. ‘이걸 다 누가 먹지?’라는 생각과함께 나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다행히도 손님들이 시간 여유가 있어서 온 가족이 급히 달려와 파티에 참석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자매의 친정 부모님들은 어제 오셔서 내일 떠날 예정 이었기에, 만약 파티가 다음 날로 미뤄졌다면 참석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친정 부모님들이 복이 많으시다”며 웃으며 이 상황을 유쾌하게 넘겼다.

작은 혼란이 있었지만, 덕분에 모두가 함께할 수 있었고, 더욱 뜻깊고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었다. 양가 부모님들이 밴쿠버로 돌아가실때도 안전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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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아버님의 식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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