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양로원으로 들어간 우리교회 다니던 임집사님을 방문했다. 양로원은 새 건물답게 넓고 시원하며, 간호사들 역시 친절하게 집사님의 방을 안내해 주었다. 양로원은 955 Hillside에 있는 The Summit, 집사님의 방 번호는 2201호였다.
임집사님을 뵈러 가기 전에 나는 팥을 삶아 으깨고 노란 단호박을 쪄 걸쭉한 죽을 한 사발 만들었다. 거기에 꽃 한 묶음을 더해 마음을 담았다. 병실에 들어서니 마침 둘째 아드님이 함께 있어서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임 집사님은 나와 동갑내기로, 약 7년 전 쓰러진 이후 병원과 집을 오가며 긴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걸을 수 없게 되어 결국 가족들이 더 이상 집에서 모시기 힘들어 양로원으로 들어가게 됐다.
오래전에 이민 온 이 집사님은 이민자들이 겪는 온갖 고생을 다 겪으면서도 열심히 살아오셨다. 은퇴 후에는 보트를 사고 여행용 트레일러도 마련해 여가를 즐기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일 년 만에 모든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흔히 “언젠가”라는 말로 미루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언젠가’가 정말로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자주 잊고 산다.
젊을 때는 부지런히 움직이고, 경험하고, 꿈꾸며 살아야 한다. 그러나 때가 되면 바쁜 손과 마음을 내려놓고 조용히 쉬어갈 준비도 필요하다. 그것이 인생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며, 남은 우리의 생에 받을 수 있는 작은 보상일 것이다.
집사님의 방을 나오며, 나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내가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살아가고 있는가? 언젠가 후회하지 않도록, 내 손과 마음이 닿을 수 있는 것들을 지금 충분히 사랑하고 있는가? 내게 주어진 삶의 순간들을 더 깊이 감사하며 살아 가야겠다고 다짐 해 보았다.
아는것도 많고 성격도 쾌활했던 집사님이 이제는 대화도 잘 안되고 그냥 웃기만 한다. 내가 가져간 호박 팥죽을 먹으면서 “맛있어”라며 숟가락에 호박 팥죽을 듬뿍 떠 올리던 집사님의 환한 얼굴이 그나마 나를 위로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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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 김구이 / 청국장 / 샐러드 / 계란과 새우 볶음 밥 (어제 손님 치루고 밥이 많이 남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