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무가 봄의 씨앗을 매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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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매년 찾아오는 새해지만, 이번 새해는 유독 다르게 다가왔다. 마치 풀린 매듭을 다시 조이는 듯한 느낌이다. 지난 한 해의 일들과 놓친 기회들이 스쳐 지나가지만, 곧 마음을 다잡고 다가올 날들에 대한 희망을 품는다.

어제와 오늘은 수영장이 쉬는 날이라 집에만 있어서 머리가 멍해져 오후에 산책을 나갔다. 날씨는 흐리고 동네는 적막했다. 걷는 사람도 드물어 한산한 거리였다.

요즘 나는 사고 이후로 집에서는 늘 애프런을 입고 지낸다. 하루 세 끼 요리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고 이후 몸 상태가 달라져서 끈으로 허리를 지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고 직후 몇 년은 복대를 착용했지만, 이제는 다행히 애프런 끈으로 대신할 정도로 많이 회복되었다.

산책하려고 애프런을 입은채로 나가려는데, 나를 본 하숙샘이 놀라며 물었다. “아니, 그 차림으로 나가세요?” 나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산책 중 허리를 받쳐주는 것이 없으면 힘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스운 꼴로 산책하며 지난 과거의 나를 떠올렸다. 한때는 남들의 독특한 옷차림이나 행동을 보고 속으로 비난했던 내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각자에게는 다 그 이유와 사정이 있는 법이고, 그런 것에 대해 내가 이러쿵저러쿵할 이유는 없다.

우리 동네는 워낙 조용해 사람을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지만, 누군가 나를 봤다면 과거의 나 처럼 그들도 속으로 흉을 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마다 각자의 사정과 보이지 않는 상처가 있을 수 있다. 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만든다.

새해는 누구에게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나 역시 남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길을 걷는 한 해를 만들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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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밥상 : 육수에 각종 야채와 얇은 소고기, 떡국과 삶은 당면 그리고 홈 매이드 소스로 샤브샤브 만들다. 소스를 특별하게 만들어서 아주 근사했다.

날씨 : 7도 / / 산책과 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