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알아왔던 과거 교인이 선물을 보내왔다. 내가 요리를 많이 하니 꼭 필요할 것 같다며 챙겨준 선물이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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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에 대해서는 가끔씩 글을 올려서 옛 독자님들은 조금 알고 있을 거다.

나는 딸을 만나면 밤이 으슥하도록 얘기해서 다음날은 힘이 다 빠져서 흐믈거리게 된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저녁 설거지를 마친 후 딸과 함께 침대에 누워 옛날 이야기를 꺼내며 끼득거렸다. 가족 간의 비밀스럽고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하나씩 털어놓으면 딸은 “엄마, 정말 그랬어요? 아이고, 슬프다.”라며 숙연해지기도 한다.

나는 가끔 울 엄마가 살아계실 때 우리 가족들이나 친척들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두지 못한 게 아쉽다. 감추어진 이야기들을 알면 사람을 더 이해할 수 있을 텐데, 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고 쉽게 판단하지 않던가. 그래도 엄마는 1년에 두 번씩 명절에 고향에 다녀오셔서 친척들 소식을 들려주시곤 했는데, 참 좋았던 기억이다.

우리 딸은 정말 긍정적이고 씩씩하다. 늘 내 침대곁에 놓여있던 유언장을 이번에는 가져가서 보관하라고 말 했더니 딸이 말했다.
“엄마, 엄마는 100살까지 살 거고 그때면 나도 80다 된 할마시일 텐데, 돈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유언장은 그냥 가지고 갈게요. 죽지 말고 오래오래 사세요. 엄마 알다싶이 돈은 내 인생에 가장 밑 바닥에 두고 살잖아요. 하하하.”

딸은 자신을위해서는 돈을 아주 절약해서 쓰지만  가족과 자기보다 가난한 이웃들에게는 넉넉히 쓴다. 내게도 그렇고, 오빠, 아빠, 시어머니에게도 최선을 다하고, 심지어 자기 소유의 콘도 세입자에게도 그렇게 한다. 딸은 집세를 거의 절반만 받는다. “엄마, 나 보다 더 못사는  사람들에게 더 받으면 안돼죠. 그들을 도와줘야 되잖아요.”라고 말하며 출장길에 올랐다.

아, 이렇게 친밀하고 순정 많고 유머 넘치는 딸이 있다는 게 얼마나 신나고 즐거운지 모른다. 딸은 모든 걸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심지어 때로 거슬리는 사람조차 그들의 사정을 이해하려 애쓴다.

헐, 이게 진짜 내 딸 맞나? 나는 그렇게 못하는데. 딸에게 늘 한 수 배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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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엄마가 만든 식혜, 붕어빵, 된장찌개 매끼니마다, 영양 떡… 등등을 골로루 먹고 행복하게 떠났다. 샌디에고에 도착한 딸은 2월22에는 밴쿠버에서 다시 만나자며 벌써 호텔을 예약해 놓았다는 소식이다. 우리딸, 고마워.

 

날씨 : 오랫만에 / 8도 / 수영장 다녀오다. / 수영하기 전에 30분 걷기까지… 나는 이렇게 발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