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번에 말했듯이 동물그림을 그릴 때는 섬세하고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그 동물의 특징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며칠 전에 딸에게 요즘 그리고 있는 강아지 그림이 거의 완성되어 간다며 사진을 보냈더니,
“엄마, 강아지 귀가 너무 길어.”라는 답장이 돌아왔다.
“잉? 그래?” 깜짝 놀라 원본과 내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니 정말 귀가 너무 길었다. 나는 즉시 딸에게 답장을 보내며,
“맞네. 귀가 확실히 기네.”라고 인정한 뒤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강아지의 두 귀를 가위로 싹둑 자른 후 다시 작업을 하고 있는데, 딸아이가 또 카톡을 보내왔다.
“엄마, 엄마의 특기인 하늘에 우둘두둘한 터치가 왜 없어? 그게 진짜루 엄마 솜씬데…”
헉, 사실은 유화와 아크릴의 차이 때문이었다. 빨리 말려서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이번에는 주로 아크릴 물감을 사용했는데, 아크릴은 2~3시간 안에 마르므로 다음 작업이 가능하다. 반면 유화는 일단 칠한 뒤 다음 터치를 하려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번 강아지 그림은 빨리 완성하고 싶어서 아크릴 작업을 선택했는데, 딸아이의 날카로운 ‘경찰 눈’에 이를 들키고 말았다.
딸의 충고를 받아들여 하늘에 blue grey와 white 유화 물감을 잔뜩 이겨 올린 후 사진을 찍어 딸에게 보냈다. 그러자 딸은 “귀도 딱 맞게 됐고, 우둘두둘한 하늘도 조금 보인다. (실은 더 많이 물감을 올려야 내 스타일 표현이 나오는데 시간이 엄청 길린다.)”며 응원해 주었다.
이렇듯 내가 아무리 정확하게 그리려고 애써도, 옆에서 남이 한 번 슬쩍 봐주는 것만으로도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금방 알게 된다. 딸뿐만 아니라 하숙 선생님도 “강아지가 고개를 조금 더 들어야겠어요.”라며 내 등 뒤에서 훈수를 두곤 한다.
이처럼 남의 충고를 잘 받아들이면 결과물이 더 아름답게 완성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나 잘났다고 떠들고 남의 충고를 받아 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실수 하고도 그것이 실수인지 모르고 산다. 언제나 제 템포를 지키며 정확하고 또박또박하게 걸어가면, 그 과정에서 모두에게 칭송받는 날이 온다. 나는 요즈음 강아지 그림 그리면서 매일 배운다. 죽을때까지 끝없이 배우며 살다가는 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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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8도 / / 우리집 겨울 간식 – 하숙선생님 붕어빵 시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