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잘 사용하던 에어프라이어가 갑자기 작동을 멈췄다. 플러그 문제인가 싶어 다른 콘센트에 꽂아보았지만 여전히 작동하지 않았다. 자주는 아니지만 작은 음식을 요리할 때 유용하게 쓰던 제품이라 아쉬움이 컸다. 코스트코에서 구입했지만 언제 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고, 영수증도 없었다. 요즈음 웬만한 가게에서는 영수증 없이도 환불이 가능하다는 점은 위안이 되었지만, 구입한 지 오래되었으면 환불이 어려울 수도 있어 고민이 많았다. 결국 워런티 기간을 확인하기 위해 제품 사진을 찍어 코스트코를 찾았다.
환불 줄은 예상대로 길었다. 문 닫기 한 시간 전 이었는데도 줄은 건물 밖까지 이어졌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겨울 저녁이라 더 춥게 느껴졌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며 답답한 마음이 들었지만, 다행히 약 15분 후 간신히 건물 안쪽으로 한 발 내딛을 수 있었다. 나는 앞 사람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가면서 히터가 나오는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애쓰며 내 차례를 기다렸다. 참고로 이 지역은 높아서 겨울에 유난히 바람이 많고 더 춥다.
환불 데스크 가까이 도착했을 때, 한 여성 직원이 손님의 물건을 처리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물건을 확인하고, 안쪽으로 천천히 가져가 놓은 뒤 다시 그 템포대로 돌아와 다음 손님을 응대했다. 그 느린 동작에 밖에서 추위에 떨며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속에서 답답함이 치밀었다. 그러나 문득 직원의 입장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녀는 하루 종일 반복적인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빠르게 처리하려다 보면 에너지가 고갈되고, 효율도 떨어질 것이다. 천천히 하며 스스로의 여유를 지키려는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이내 나는 손님과 직원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기다림은 때로 인내를 요구하지만, 그 안에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런 마음가짐은 갈등을 줄이고 상황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또 하나의 교훈을 얻었다는 생각에 내 머리를 쓰담쓰담 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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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 에어프라이어를 산 지 5년밖에 되지 않아 전액 환불을 받을 수 있었다. 전기 제품은 보통 5년 이상 사용할 것을 기대하며 구매하는 만큼, 문제가 생겼을 때는 버리지 말고 반드시 구입처에 문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