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 의자 그림그리기 위해 밑 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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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아일랜드의 시인이자 극작가)의 대표작 <이니스프리의 호수 섬 호도(湖島의 일부를)>를 읊어본다. 한때는 이 시를 너무 좋아해서 운전하다가도 읊어보고 자기 전에도 작가의 마음이 되어 그 시골 섬 아스라한 풍경을 연상해 보기도 했었다. 이 시가 탄생된 연유를 알게된것은 최근에 선물로 받은 신간 ‘문학속 두 이야기’ (박양근저)속에서 알게됐다. 예이츠는 평생에 사랑했던 여인 모드 곤을 처음 만날때부터 그녀에게 즉시 매료되었다. 그녀는 키가 크고 아름다웠으며, 강렬한 개성과 카리스마를 지닌 여성이었다. 예이츠는 27세부터 51세가 될때까지 그녀에게 청혼을 했지만 거절당했고 그 수모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 그의 대표작이기도 한 바로 아래 시 ‘이니스프의 호수섬’이다. (The Lake Isle of Innisfree)
나는 이제 일어나리라
그리고 가리라 이니스프리로 가리라.
그곳에 작은 오두막집을 지으리라.
아홉 줄 콩밭을 가지리라, 그곳에서 꿀벌 집을 치고
벌이 웅웅대는 숲에서 혼자 살리라.
그리고 밤마다 나는 고요한 빛을 맞이할 것이다.
그곳 물결은 흔들리고, 그곳이 내가 찾고자 하는 곳이다.
그리하여 평화를 누리리라.
평화는 물방울 떨어지듯 천천히 오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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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스프리(Innisfree)는 아일랜드 서부 슬라이고(Sligo)에 자리한, 자연이 빚어낸 조용하고 아름다운 작은 섬이다. 예이츠의 어린 시절은 이곳 슬라이고에서 흘러갔다. 호수와 산, 신화와 전설이 뒤섞인 그곳은 그의 상상력을 키우고 영혼을 적신 공간이었다. 그는 슬라이고를 “마음속의 고향”이라 불렀고, 이니스프리는 그의 꿈과 그리움이 깃든 이상향이 되었다.
가만히 생각해 본다. 시인이 된다는 건 현실 감각을 조금쯤 내려놓아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역시 시인은 타고나야 하는 것 아닐까? 나는 내 작은 텃밭에서 채소를 길러오고 있으며, 또한 닭도 키워보았다. 한때는 벌꿀을 모으겠다고 마음먹고 이리저리 알아보았다. 그런데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뉴질랜드에서 벌을 사들여야 한다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벌을 관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달콤한 꿀 몇 통 따겠다고 내 통장을 텅 비우는 꼴이 될 뻔했다.
그리고 예이츠가 꿈꿨던 오두막과 아홉 줄 콩밭. 그게 그렇게 쉬운 줄 아는가? 매일같이 물을 주고, 거름을 뿌리고, 벌레를 잡아내야 한다. 자연 속에서 산다는 건 고요한 명상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동이다. 게다가 그 호수 안의 오두막에서 무엇을 먹고 살까? 물고기를 잡아 구워 먹고, 감자를 캐서 삶아 먹을까? 하하, 이렇게 쓰다 보니 시인에게 너무 미안해진다.
아마도 이러니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시인이 될 수 없는 게 맞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현실의 무게 속에서 살아가야 하지만, 그래도 때때로 예이츠처럼 마음속 어딘가에 작은 이니스프리를 품고 살아갈 수는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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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7도 / 수영장과 걷기 잘 하고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