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재촉하며 정원 벽 위에올라온 ‘Galanthus’ 1개, 너무 반갑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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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하숙하고 계신 선생님은 과거에 산림 공학자였고, 문학인으로서 평론도 하셨다. 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이 선생님과의 대화는 언제나 잘 통한다. 우리는 자주 한국어에 대해 감탄하며 그 매력에 빠져들곤 한다. 한국어는 그 자체로도 특별하지만, 그 표현의 깊이는 정말 위대하다고 느낀다.

한번은 내가 딸아이 중학교 시절에 “트리샤, 팝콘의 구수한 표현을 영어로 해봐.”라고 물었더니, 딸아이는 그냥 “smells good”이라고 했다. 나는 딸아이에게

“그냥 ‘smells good’ 이라면 팝콘 냄새의 정확한 표현이 아니잖아.” 라고 말했더니 딸 아니는 어깨를 으쓱 하더니 딱히 다른 표현이 없단다.

한국의 ‘구수하다’는 말은 냄새가 좋다는 의미를 넘어서, 아주 다양한 정서를 담고 있다. 냄새의 종류도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밥을 지을 때 나는 구수한 냄새, 고구마를 구울 때 나는 군고구마 냄새, 고기를 구울 때 나는 불맛 고기 냄새, 야채를 볶을 때 팬에서 나는 풋풋한 냄새, 김치의 새콤 매콤한 냄새, 이 모든 것은 각기 다른 느낌을 준다. 그러나 영어에서는 이 모든 다양한 냄새를 한두 가지 표현으로 간단히 말하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나는 영어를 깊이 알지 못하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렇다고 생각된다.

이 참에 평소 하숙 선생님과 나누는 한국어의 다양한 표현들에 대해서도 한번 읊어볼까 한다. 한국어는 단어 하나하나가 고유의 아름다움과 섬세함을 지니고 있어, 그 자체로 위대하다는 것을 늘 깨닫는다.

춥다의 표현

쌀쌀하다 / 싸늘하다 / 등꼴이 오싹하다 / 냉랭하다 / 차갑다 / 얼음장 같다 / 으시시 하다 / 한기가 돌다 / 후덜덜하다 / 차디차다 / 살을 애인다 /

덥다의 표현

찜통더위다 / 불볕같다 / 땀이 비 오듯 하다 / 푹푹 찐다 / 숨이 턱턱 막힌다 / 후끈하다 / 후덥지근하다 / 끈적 거린다 / 폭염이다 / 무덥다 /

피곤하다의 표현

녹초가 되다 / 기진맥진하다 / 탈진하다 / 노곤하다 /맥 풀린다 / 몸이 축 처진다 /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다 / 비몽사몽이다 / 머리가 멍(띵)하다 / 나른하다 / 곤죽이 된 것 같다 /

검정색의 표현

칠흑 같다 / 먹물 같다 / 까마귀 같다 / 밤하늘 같다 / 거무티틱하다 / 석탄 같다 / 연탄같다 / 거무스름하다 / 가무짭짭하다 /

흰색의 표현

하얗다 / 새하얗다 / 뽀얗다 / 우유같다 / 샛별처럼 희다 / 히끼무리하다 / 백옥같다 / 순백이다 /

나쁜 감정적 표현

답답하다 / 씁쓸하다 / 거북하다 / 언짢다 / 화가 치민다 / 불쾌하다 / 불편하다 / 기분 나쁘다 / 짜증난다 / 꺼림칙하다 /

기쁜 감정적 표현

신난다 / 뿌듯하다 / 행복하다 / 즐겁다 / 행복하다 / 날아갈 듯 하다 / 들뜨다 / 하늘을 나는 듯 하다 / 가슴 벅차다

슬픈 감정적 표현

마음이 무겁다 / 눈물난다 / 허전하다 / 가슴이 찢어진다 / 울컥하다 / 쓸쓸하다 / 침울하다 / 눈물없이 못 참겠다 / 죽고싶다 /

노인의 다른 표현

어르신 / 노인분 / 연로하신 분 /늙은이 / 할아버지, 할머니 / 고령자 / 백발의 신사 /

한국어 자랑하느라 밤이 깊어간다. 우리끼리 자랑하는데 누가 뭐라 할 사람 없겠지?

날씨 : 7도 / 교회 다녀오고 그림 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