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집 정원에 5월이면 화려하게 피어나는 Purple Iris다. 작년에 그리다가 말았는데 이제 곧 봄이 오려하니 이 작품에게 미안해서 저녁에 열심히 물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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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 전부터 늘 일기를 써왔다. 아일랜드 이야기를 쓰기 전까지는 공책에 써왔는데 그 이후 더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해 지금처럼 내 웹사이트를 만들어 일기를 쓰게됐다. 그동안 이민생활의 힘들었고 깨어진 가정사등 슬픈 일기들은 이미 다 불태워 버렸다. 그런것을 가지고 있으면 다시 읽게되고 그로인해 지나간 과거로인해 괴로워하거나 슬픔에 빠지기 때문이다.
책장을 정리하다가 버리지 못한 두 권의 일기장이 손에 들어와 읽어보다가 2005년 10월15일 일기에 눈길이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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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15일 루프탄자를 탄 오후 2시45분.
<내 생애, 처음 앉아보는 1st Class. 이층으로 올라가니 맨 앞에 내 자리가 있었다. 비싸게 보이는 메뉴판에는 이미 내 이름이 써 있다. 한번쓰고 버려야 하는데 너무 낭비가 심한듯 하다. Appertize를 여러개 가져왔는데 나는 Jelly mushroon 하나만 골랐다. 스튜어드스가 그것만이냐고 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내 옆 복도 건너 여자는 3층으로 주문해 먹었다 ‘아차’ 나는 눈치를 채고 (검은알-캐버어) 캐비어 접시를 order 했다.
맛이 기가 막혔다. 새벽에 혼자 자고 일어난 침대위에서 오랫만에 눈물의 기도를 드렸다. 다섯살때 내 치마에는 길에서 주워온 나뭇조각과 삭탄조각이 담겨져 있곤 하던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나는 늘 그 기억이 떠 오른다. 결코 행복하지 않았고 엄마는 언제나 시장에서 장사하느라 집에 안계셨다. 나는 초등학교로 들어가기전 부터 냄비에 밥을 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 (연탄인지 기억은 없지만) 밥 솥 냄비를 열고 구멍이 송송 나 있는 밥을 신기하게 생각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9공탄 때문이었다.)
우리집 문간방에 새든집 아줌마 아기를 가끔씩 업어 주었는데 내가 방문을 열고 아기를 데려다주면 아줌마가 치마를 덮치고 황급히 뛰어 나오던 기억도 간간이 난다.
나를 이처럼 1st Class에 태워준 딸아이가 고맙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키워준 엄마, 큰 오빠께 감사드린다. 나는 살아있는 동안 빛 날 것으로 확신한다. 전망좋은 집에서 아침부터 그림만 그리게 되기 위해 기도드린다.>
나는 내가 이런 기도를 드렸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오늘 일기장을 보며 ‘어머, 꼭 20년 만이야.’라며 감탄했다. 비록 아침부터 온종일 그림만 그리지는 못하지만,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고, 집도 내 형편에 충분히 만족스럽다.
그러니 당장 기도의 응답을 받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성실하게 살아가다 보면, 결국 그 기도는 이루어진다. 오늘 일기장에서 발견한 나처럼.
이 그림의 제목은 ‘희망’이다. 9 공탄이 있고 나는 나무 조각을 주워서 치마위에 올리고 있다. 가련한 것 같은 소녀, 그러나 땅 밑에 나는 태양을 그렸고 그 태양이 언젠가는 하늘위로 솟을 것을 꿈꾸었다. 봄의 민들레도 희망이고 가을의 단풍도 아름답다. 이 그림은 내 침대 바로곁에 붙어있는데 나는 이 그림을 보면서 언제나 과거를 잊지 않고 살아간다.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딸은 그 이후부터 언제나 1st Class를 지금까지 태워주고 있다. 지금 고생하십니까? 기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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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 생선찜과 돼지고기 넣은 두부 청국장찌개
날씨 : 8도 / 수영장과 산책 완료 / 그림 그리고 곧 잠자러 들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