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couver Tsawwassen Bay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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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밴쿠버 날씨는 어제와 다르게 청명했다. 어제 밴쿠버 섬(Vancouver Island)에서 본토로 향하는 길은 비바람이 거세고, 페리는 심하게 흔들려서 나를 포함한 모든 승객들이 걸을때 모두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렸다.

1시 페리를 타기 위해 한 시간도 넘게 일찍 도착했지만, 요즘은 예약 승객이 많아 절반 이상이 이미 정해진 자리였다. 표를 끊을 때 1시 페리를 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운이 좋으면 가능하다는 직원의 말에 기대를 걸어 보았다. 추운 차 안에서 기다리기 어려워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방송을 듣고 자동차로 돌아왔다. 배에 승선이 시작되었고, 차들이 순서대로 들어갔다. 그런데 내 차선만 멈춰 서서 거의 포기 상태였다. 그러던 중 빨간 깃발을 흔드는 직원의 신호에 따라 마지막으로 배에 오를 수 있었다. 내 뒤에는 단 한 대의 차만 더 들어왔고, 바로 배의 문이 닫혔다.

오늘 아침 돌아오는 길에는 11시 페리를 타기 위해 한남 체인 상점에 들러 식품들 몇 가지를 급히샀다. 11시 페리를 놓치면 교회 2시 예배를 갈 수 없기에 마음이 조급했다. 페리 터미날에 도착하니 다행히 도착하니 11시 배에 탈 수 있음을 확인했다. 내가 시장 본 짐을 챙기느라 잠시 정신을 팔고 있던 사이 앞에 서 있던 스무 대의 차가 한순간에 사라지듯 배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아직 10시도 안 됐는데 어쩐일일가 이런 행운도 있는가? 의심하며 황급히 자동차를 몰고 배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보통 겨울철 페리는 홀수 시간(7, 9, 11시.. 이렇게 오후 9시에 마감)에 운영되는데, 이날은 10시에 임시 페리가 운항된 모양이다. 덕분에 예상보다 일찍 도착해 짐을 집에 내려놓고 여유롭게 교회에 갈 수 있었다.

만약 전날 1시 페리에 마지막으로 탑승하지 못했다면 가족들과의 만남이 어긋났을 것이고, 오늘 10시 페리를 예상보다 일찍 탈 수 없었다면 예배에도 늦었을 것이다. 결국 모든 순간이 주님의 은총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어제 저녁에 만난 가족들은 모두 14명. 우리 아이들 가족뿐만 아니라 옛 남편의 동생 부부와 그들의 자녀들까지 함께했다. 우리는 늘 만나면 반갑고 즐겁다. 내가 여름에 우리 집에서 다시 모이자고 하니, 누군가가 “어머나, 헤어진 남편 가족도 챙겨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들 사촌 여동생이 “그럼, 큰엄마는 그럴 수 있어!”라고 대답해 모두가 웃었다.

손자 터너(Turner, 5세)는 우리 딸에게 목을 걸고 다가가 “고모, 할머니한테 찐빵 가져왔냐고 물어봐 줘요.”라고 했단다. 딸아이가 웃으며 “엄마, Turner가 엄마 찐빵을 기대했나 봐요.”라고 전하는데 깜짝 놀랐다. 터너가 내 찐빵을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정작 나는 새벽부터 떡, 애플파이, 야채 케이크만 잔뜩 만들어 갔다. 너무 미안한 마음에 다음번 엔 할머니가 너를위해 찐빵 한 다즌 꼭 만들어 오겠다고 약속했다.

*아침은 투숙했던 서리 쉐라톤 호텔에서 근사한 뷔페를 즐겼다. 그런데 정신없이 페리 터미널에 도착하고 보니 핸드백을 식당에 두고 왔다! 급히 호텔 로비에 전화하니 다행히 보관 중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작은집 조카에게 부탁했는데 오후에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한숨 돌렸다. 이런 중요한 소지품을 잃어버린 적이 없었는데, 나이를 먹으니 정신이 흐려지는 것일까? ‘나이 탓이다, 나이 탓이야!’ 하며 스스로를 다잡아 보았다.

예기치 않은 순간들 속에서, 작은 실수들과 뜻밖의 행운들이 어우러진 하루 나들이였다. 감사함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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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여기는 종일 비 비 비 / 그리던 그림 저녁에 완성하고 사인했다. /

12″ x 10″ oil on canvas (작은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