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빅토리아 여성회원(회장 조민선)들의 김치교실이 우리 집에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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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의 이야기다. 이 얘기는 오래전에 한 번 올렸지만, 새로운 독자들이 많이 있어 다시 한 번 써본다.
요즘 한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문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서거나 피청구인(윤석열) 대변인으로 출석하여 발언하는 장면들이 나오고 있다. 이를 보며 문득 내가 법정에 섰던 일이 떠올랐다.
밴쿠버에서 살 때, 나는 한국일보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당시 12월,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어느 날 아침, 출근하려고 나섰는데 자동차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더욱 난감했던 것은 자동차 안에 두었던 카메라도 함께 사라졌다는 점이었다. 그 카메라에는 전날 한인들의 크리스마스 송년파티에서 찍은 사진들이 들어 있었는데, 결국 그날 신문에는 행사 기사만 나가고 사진은 싣지 못했다.
자동차를 찾기 위해 ICBC(보험사)에 신고했지만, 그들은 내가 일부러 자동차를 어딘엔가 버리고 보험금을 타내려는 수작을 부리는 것처럼 여겼다. 그들의 주장은 자동차 안에서 내 자동차 키가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자동차를 내 아들이 토론토에서 대학원에 다닐 때 사용했고, 그 과정에서 키를 하나 자동차 안에 떨어뜨리고 무심코 다닌 것이었다.
그때 나는 미국으로 영주권을 받아 내려가야 했기에 법원에 이의 신청을 하고 떠났다. 몇 달 후, 밴쿠버 법원에서 재판 날짜를 통보해 왔고, 나는 그에 맞춰 다시 밴쿠버로 돌아와 판사 앞에 섰다.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성경에 손을 얹고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맹세한 후 재판이 시작되었다.
ICBC 측에서는 변호사, 정비사, 직원 등 어마어마한 인원이 총 출동했다. 나중에 들으니 이렇게 한 번 출동하는 데 당시 돈으로 1만 불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오직 나를 지켜주시는 하나님의 도움만 믿고, 마치 다윗과 골리앗처럼 홀로 법정에 섰지만 떨리지는 않았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 나는 변호사에게 정중하게 “나는 이민자로서 영어가 제2국어다. 그러니 천천히, 쉬운 말로 질문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부탁했다. 변호사는 이를 받아들였고, 실제로 천천히 질문해 주어 내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소신껏 차분하게 대답했다.
ICBC 측에서는 정비사가 증인으로 나와 자동차 키를 들어 보이며 “이 열쇠가 자동차 안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이 바로 증거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열쇠가 본인 것이 아니라는 확률은 1만 분의 1 정도로 불가능하다.”라며 나를 윽박질렀다. 게다가 비슷한 사례 두 건을 인쇄하여 나와 재판관에게 나눠 주며, “이 두 건도 우리가 승소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떳떳했고, 거짓이 없었기에 당황할 이유가 없었다. 판사가 내게 질문을 던졌고, 나는 “자동차 안에 카메라를 두었는데, 그것을 잃어버려 기자로서 ‘The Korea Times’ 신문에 사진을 실을 수 없었다.”라고 답했다.
여러가지 질문이 양쪽에 다 있었고 몇 시간후, 판사는 판결을 내리며 내게 손을 들어주었다. 그는 “기자로서 카메라는 매우 중요한데, 만약 본인이 일부러 자동차를 버렸다면 카메라는 빼고 버렸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생각하지 못했던 그 예리한 판사의 능력에 놀라움과 감사의 마음이 가득했다.
나는 미국에서 비행기로 이틀 동안 직장일도 빠지고 올라왔는데, 재판에서 승소하고 돌아갈 수 있어 너무나 기뻤다. 만약 그날 내가 졌다면 ICBC 보험사 기록에 ‘도둑’이라는 오명이 영원히 남을 뻔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요즘 한국의 재판 과정을 보면서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나 말하는 태도를 유심히 보게 된다. 이제는 단번에 “저 사람은 거짓말하고 있다.” “저 사람은 정직하게 말하고 있다.”를 구별할 수 있을 것 같다.
거짓말을 하면서 편안한 표정을 지을 수는 없다.
내가 한 행동은 첫째로 내가 알고,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그리고 재판관은 더더욱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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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 계란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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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10도 / 수영장 다녀오고 그림 많이 그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