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높은 담위에 3일전부터 피고있는 Purple Cr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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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들어 가장 포근한 날이었다. 정원에는 봄의 기운이 가득 차올랐다. 여기저기 새싹이 고개를 내밀었고, 꽃봉오리들은 조용히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수영을 다녀와서 호미와 칼을들고 작은 의자에 방석을 엊어놓고 앉아 발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눈에 띄이는 잡초를 한 고랑 뽑았다. 한 여름을 아름답게 장식해 줄 장미들의 줄기도 사정없이 다 잘라내고 밴쿠버에서 사온 파를 윗 부분은 김치 담그는데 쓰고 흰 부분은 마당에 심었다.

새들의 노래는 더욱 맑고 청아하게 퍼졌고, 나뭇잎들은 한층 투명한 초록빛으로 빛났다. 이렇게 봄은 소리없이 살금살금 내 곁으로 다가왔다. 봄을 맞이하는 나의 마음도 마치 정갈한 새벽 공기처럼 깨끗했다. 한 줄기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면 겨우내 쌓인 묵은 감정까지도 함께 날아가는 듯했다. 텃 밭을 조금 정리하니 마음도 한결 정리되는 느낌이든다.

허리는 여전히 아프지만 간간이 쉬면서 하니 견딜 만했다. 손끝에 닿는 흙의 감촉이 포근하게 느껴졌다.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작은 성취감이 밀려왔고, 따스한 햇살이 나를 다독여 주는 듯했다.

봄날의 하루, 이 작은 순간들이 내게 살아가는 충만한 기쁨이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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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밴쿠버 방문때 책방에 미리 주문해 두었던 책 ‘작은 땅의 야수들’을 가져와 읽기 시작했다. 이제 막 시작했는데도 몰입감이 대단하다.

『작은 땅의 야수들』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 김주혜의 장편소설로, 일제강점기 한국을 배경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삶과 투쟁을 그려낸 작품이다. 이 소설은 6년에 걸쳐 집필 되었으며, 출간 즉시 아마존 ‘이달의 책’에 선정되고, 《리얼 심플》, 《하퍼스 바자》, 《미즈 매거진》 등에서 ‘2021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큰 주목을 받았다.

작품은 소작농의 딸로 태어나 기생이 된 옥희를 중심으로, 경성에서 기생집을 운영하는 예단, 독립군을 결성하는 명보, 일본군 장교 이토 등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격동의 시대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한국의 영적인 힘을 상징하는 호랑이를 ‘작은 땅에서 거침없이 번성하던 야수들’에 비유하며, 빼앗긴 땅에서 설움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용기와 투쟁을 그려내고자 했다.

김주혜 작가는 1987년 인천에서 태어나 아홉 살 때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로 이주하였으며, 프린스턴대학교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녀는 친환경 생활과 생태문학을 다루는 온라인 잡지 [피스풀 덤플링]의 설립자이자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작은 땅의 야수들』은 전 세계 12개국에 번역 출간되었으며, 2022년 데이턴문학평화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국제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개인의 삶과 사랑, 그리고 나라를 위한 투쟁을 깊이 있게 조명하며,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책 소개 맨 앞장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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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10도 / / 수영장 다녀오고 독서시간 갖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