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양파와 노란 피망으로 피클 세 병을 담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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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서 운동이 끝나면 어떤 사람들은 곧장 집으로 가고, 어떤 사람들은 핫탑이나 사우나에 들러 몸을 조금 더 풀고 간다. 그렇게 여유를 즐기던 중, 한 할매가 옆에 있던 샌디에게 물었다.

“샌디, 만약 당신이 죽었다가 다시 태어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모습으로 태어나고 싶소?”

키가 많이 작은 샌디 할매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대답했다.

“음, 나는 키가 훨씬 더 큰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소.”

그 말을 듣고 있던 죠이스 할매가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아이고, 나는 이 살 좀 덜어내고 가느다란 여인으로 태어나고 싶어.”

또 다른, 조금 더 젊은 할매도 끼어들었다.

“나도 키가 크고 싶어. 그러면 좀 더 날씬해 보이겠지요?”

각자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하나씩 털어놓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할매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엘리샤, 당신은 어떻게 태어나고 싶어요?”

사실 나는 사고 이후로 걷는 것이 부자연스럽고, 앞가슴이 눌리는 불편함 때문에 늘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솔직하게

“난 말이요, 이 큰 유방이 작게 태어나면 좋겠어요. 내 엄마도 젖가슴이 커서 고생했는데, 엄마는 말년에 이 큰 유방이 너무 거추장스럽다고 불평을 했는데, 나도 엄마를 닮아서 힘들어요. 젊었을 때는 유방이 크면 옷 맵시도 살고, 지나가는 남자들의 휘파람 소리도 종종 들었지만, 뭐, 이 나이에 다 소용없는 일 아니겠소? 나이 들면서는 간촐한 유방이 더 좋겠어요.” 라고 말하니 “작은 유방 (small bust) 그게 뭐 큰 소원이냐” 하며 모두들 까르르 웃어댔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듣던 한 할매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뜨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게 물었다.

“엘리샤, 그런데 당신이 유방이나 있소? 나는 당신의 유방이 크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 할매의 말투가 마치 그게 뭐 큰 유방이라고… 하는 듯해서, 주변은 또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연예인들은 뛰어난 외모나 재능으로 살아가지만,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저마다 아쉬운 부분 하나쯤을 안고 살아간다. 그런데 스타들은 왜 그렇게 특별할까? 잘생긴 얼굴, 큰 키, 날씬한 몸매, 명석한 두뇌, 그리고 다양한 재능까지—마치 모든 행운을 한 몸에 타고난 사람들처럼 보인다. 그것이 행복과는 상관없음에도 우리는 다 그들을 부러원하지 않은가?

나는 할매들의 다음 생에 대한 소원을 들으며 부디 그 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멋진 인생을 한 번 살다 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영장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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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12도 /   / 수영하고 걷기하고 돌아오다. / 수영장 칠판에 있던 오늘의 단어는 Ignoramus였는데 내가 샌디 할매에게 이 단어의 뜻이 뭐냐고 물으니 ‘무식한, 무지한 사람, 트럼프 같은 사람이라고 알려주었다. 새로운 영어 단어 1개까지 잘 외우고 아픈 팔 수술을 위해 한국에간 우리 목원 서진숙 권사를 위해 기도하며 잠 자리로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