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초등학교 6학년, 오른쪽 대학 다닐때 그리고 아래 사진은 할머니가 된 1년 전의 내 모습

저녁에 딸아이와 통화를 했다. 딸은 그 시간에 시카고 공항에서 토론토행 비행기를 타기 두 시간 전이라, 나와 길게 얘기할 수 있었다. 딸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대화 상대다. 우리는 격식 없이 어떤 이야기든 스스럼없이 나누고, 별말을 다 해도 그냥 웃어넘긴다. 오늘은 주로 여성들의 성형에 대한 이야기였다. 딸이 말하길, 요즘 한국에서는 쌍꺼풀 수술을 절개하지 않고 간단히 꿰매는 방식으로 진행해 회복이 빠르고 과정도 간편하다는 뉴스를 들었다고 했다.

나와 딸은 둘 다 쌍꺼풀이 없다. 딸이 어릴 때, 내가 연필로 눈두덩이를 콕 찌르면서 “트리샤, 이렇게 하면 더 예쁘겠지?”라고 장난스럽게 말하면, 딸은 단번에 “Nop”이라며 거절하곤 했다. 오늘도 딸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생긴 대로 살다 갈 거야. 하나님이 나를 이렇게 창조해 주셨으니 감사히 받고 살아야지.”

아직도 내겐 꼬마인 딸의 이 말이 제법 멋져서 또 한 번 웃었다.  딸아이는 또 나이가 들어 생긴 주름에 대해 한바탕 연설을 늘어놓았다.

“Wrinkles are a glorious expression of life, a testament to the journey I have taken. They tell the story that I have lived well and stayed healthy until now.” 번역하면 “나이가 많아서 주름진 것은 삶의 영광스러운 표현 그리고 나는 이렇게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살아왔다.라는 메시지다.”

하하하, 꼬마였던 딸아이가 어느덧 쉰을 넘기더니 이제 철학자가 다 됐다. 나도 요즈음은 자주 거울을 보며 입가의 오골조골한 주름을 양손으로 잡아당겨 보곤 했다. 하지만 이 주름이 내가 살아온 날들의 영광이라니, 이제는 그대로 두어야겠다.

주름은 삶의 트로피, 인생의 영광, 인생의 성취, 그리고 삶의 보상—그렇게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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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9도 / 햇님과 구름 / 수영과 정원일 2시간 열심히 하다. / 내일은 젊은 엄마 학생들이 그림 배우러 오는 날이라 또 즐거움 뿜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