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urnips : 나는 가끔씩 터닙을 사와 머리를 자른 뒤, 부엌 창가에 올려놓고 잎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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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림을 배우러 오는 젊은 엄마들 덕분에 토요일은 언제나 활기로 가득하다. 아침부터 학생들을 맞이하느라 부산을 떠는 나는 부엌에서 분주하게 간식을 준비한다. 사실 간식을 꼭 준비할 필요는 없지만, 누군가 집에 온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흥분되어 냉장고와 냉동고를 뒤지고, 때로는 마트까지 달려가 음식을 만든다. 오늘은 오랜만에 치즈 브로콜리와 세 가지 베리가 들어간 스콘을 구웠다. 학생들은 맛있다며 난리법석을 떤다. 하긴, 이 레시피는 유명한 커피숍에서 배워온 것이니 그럴 만도 하다.
한 명이 감기로 못 왔고, 나머지 네 명은 모두 그림을 열심히 그리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나만의 방식으로 연구하고 익혀온 기술들을 한 번의 실습으로 전수해 주니, 학생들은 깜짝 놀라며 비명을 지르고 펄쩍펄쩍 뛴다. 그 흥분을 가라앉히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속으로 ‘좋은 선생 밑에 좋은 학생이 나온다’며 스스로를 추켜세우고, 학생들과 발맞춰 호흡을 맞춘다.
도대체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까르르 웃고 깔깔 떠들고 크크큭 킥킥거리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림이 거의 완성될 무렵, 따끈한 붕어빵을 한 입씩 물고 해맑게 웃는 모습은 마치 천진난만한 중학생들 같다.
그래서일까. 토요일은 언제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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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종일 비 비 / 10도 / 그림 강습한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