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 읽고 있는 책 ‘작은 땅의 야수들’ 381페이지,
“왈츠가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몸을 떼어냈고…”
이 구절을 읽다가 큭, 웃음이 나왔다.
젊은 시절, 장군과 함께 춤을 추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오십 여 년 전, 한국에 주둔한 미 8군(8th Army) 4성 공군 장군인, General Murphy가 주최한 파티에 남편과 함께 초대받가 갔었다. 용산에 있는 미국 장교 클럽에서 당시 한국 사회에서는 보기 드문 화려한 디너를 즐긴 후, 사회자가 나와서 모두 함께 포크댄스를 출 거라고 했다. 그 자리에 한국 공군의 최고위급이었던 주영복 장군 부부를 비롯해 많은 장성과 영관급 공군 부부들이 참석해 있었다.
사회자는 먼저 미국인 두 명을 불러 시범을 보이게 했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빙글빙글 돌며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춤이었다. 포크댄스는 특별한 기술 없이도 몸을 잘 흔들며 착착 돌아가면 되는 단순한 춤이었다.
그런데 시범이 끝나고 한국인들에게 나와서 춤추라고 하니, 모두 어정쩡하게 서 있거나 아예 구석으로 숨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신나게 춤출 생각이었던 장군은 순간 당황한 듯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나요!”
나는 주저 없이 손을 번쩍 들고 자박자박 앞으로 나갔다. 으 흐 흐 흐
이런 순간엔 나도 나 자신을 조금은 대견하게 여긴다.
장군은 반가운 얼굴로 내게 손을 내밀었다. 사실 나는 포크댄스를 배운 적이 없어 동작을 완벽하게 알진 못했지만, 대충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군과 단둘이 춤을 추게 되었으니, 망신을 당하면 안 될 것 같아 조심스럽게 장군에게 속삭였다.
“사실, 서양 춤은 춰 본 적이 없어서 발이 안 맞을 수도 있어요. 미리 양해 부탁드려요.”
그러자 장군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말고 춥시다! 당신은 한국 춤을, 나는 서양 춤을!”
그렇게 용기를 얻어 장군과 함께 춤을 추었다. 다행히 장군의 발을 밟는 일 없이 무사히 한 곡을 마칠 수 있었다. 그날 이후, 공군 관사에서는 “장군과 영어로 대화도 잘하고, 춤도 잘 추는 아무개 와이프”라는 소문까지 났다.
추억은 아름답다.
그때 나는 이십 대의 싱싱함으로 가득 차 있었고, 모든 것이 희망으로 빛나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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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수영장과 걷기 그리고 마당에 풀 뽑기 2시간 까지 완료 / 집 앞쪽은 잡초를 말끔히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