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는 하늘에 구름이 가득 끼어 있었고, 동그란 햇님도 마치 숨바꼭질을 하듯 구름 뒤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래도 산책을 하는 동안은 다행히 비를 맞지 않았고, 기분 좋게 걸을 수 있었다. 이어서 수영까지 마친 뒤 상쾌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가 되자 다시 해야 할 일이 떠올랐다. 오늘의 목표는 집 뒷 밭의 잡초를 제거하는 것이었는데 나는 단단히 마음을 먹고 호미와 칼을 들었다.
우선 머리에는 비닐 캡을 쓰고, 목에는 마후라를 둘러 단단히 고정했다. 그리고 비를 막아줄 방수 잠바까지 걸쳐 완전 무장을 한 뒤, 뒷마당으로 나갔다. 겨우내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이 가득했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하숙 선생님이 삽으로 한 번 뒤집어 놓은 땅을 다시 고르며 잡초를 뽑았는데, 비에 젖은 덕분에 뿌리는 쉽게 빠졌지만, 문제는 뿌리에 달린 흙이었다. 축축한 흙이 무겁게 엉겨 붙어 있어 쉽게 털어낼 수가 없었고, 점점 팔과 허리에 힘이 들어갔다.
흙은 그냥 버릴 수 없기에 될 수 있는 대로 손으로 털어내며 재사용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빗줄기가 점점 거세지기 시작했다. 비가 많이 오니 그냥 집으로 들어가야 하나 고민이 되었지만, 이미 방수 잠바까지 갖춰 입고 나온 터라 이 복장을 벗고 들어가자니 어쩐지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 호미질을 멈추지 않고 하던일을 계속했다. 빗속에서 ‘헉헉’거리며 작업을 마치고 나니 허리가 뻐근하게 굽어져 일어나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겨우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와 젖은 옷을 벗었는데, 방수복도 소용없이 속옷까지 흠뻑 젖어 온몸이 오돌오돌 떨렸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 뒤에야 겨우 몸이 녹기 시작했다. 정리한 이 밭에는 깻잎을 심을 계획이다. 작년에는 깻잎을 너무 늦게 심는 바람에 가을이 되어서야 겨우 몇 장을 딸 수 있었기에, 올해는 서둘러 준비하고 있다. 이 동네에서는 깻잎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가끔씩 고기를 구워 먹을 때 깻잎이 간절하게 생각나곤 했다. 깻잎을 즐겨 먹는 나라는 우리 대한민국뿐이라는데, 그 독특한 향이 우리 몸에 배어 있어서 언제나 인기 만점이다. 올여름에는 넉넉히 깻잎을 수확해 이웃에게도 나눠주면서 마음껏 즐길 수 있기를 기대 해 본다.
날씨 : 비 비 비 / 9도 / 수영장과 산책 잘 하고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