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 햇살이 마당을 비추면, 겨우내 조용하던 땅 위에 생명의 기운이 가득 퍼진다. 마당 한쪽에는 작년에 떨어진 씨앗을 주워 먹는 다람쥐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작은 앞발로 씨앗을 집어 들고 오물오물 씹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잠시라도 눈을 뗄 수가 없다. 그 옆에서는 종종걸음으로 바삐 움직이는 작은 새떼들이 보인다. 다람쥐가 남긴 부스러기라도 찾아보겠다는 듯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나는 이 자연의 작은 손님들을 방해하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잡초를 뽑는다.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린 잡초들을 뽑아낼 때마다 부지런한 지렁이들이 얼굴을 내민다. 어두운 흙 속에서 한껏 말려 올라온 지렁이들이 바람을 맞으며 몸을 비틀 때면, 그들의 노고에 새삼 감사함을 느낀다. 이들이 흙을 기름지게 해주었기에, 이제 봄꽃들이 마음껏 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손가락만큼 솟아올라 희고 보랏빛나게 웃음을 짓는 크로커스(crocus)들이 여기저기서 얼굴을 내민다. 그들의 작은 꽃잎이 햇빛을 머금고 살랑이며 반짝일 때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진다. 작년 가을에 듬뿍 사다 심어 놓았던 튜립구근들이 발아하여 꽃밭 가득 뾰족하게 올라오는 모습들이 봄의 축제를 알리는 신호처럼 보인다. 아직 꽃봉오리는 단단히 닫혀 있지만, 조만간 선명한 색깔의 꽃들이 펼쳐질 것을 알기에 더욱 설렌다.

나는 오늘도 이 오케스트라가 한층 빛날 수 있도록 부지런히 잡초를 뽑으며 봄의 향연을 돕는다. 아픈 허리를 쥐어잡고 힘들게 일하지만, 땀방울이 떨어지는 이 순간이 어쩐지 뿌듯하다. 땅과 함께 숨 쉬며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한 기분이 들 때면, 머릿속은 마치 깨끗한 보석처럼 맑고 투명하게 빛난다.

봄은 이렇게 찾아온다. 겨우내 숨죽였던 생명들이 하나둘 깨어나면서, 나 역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다. 다람쥐의 분주한 손짓, 새들의 가벼운 발걸음, 그리고 땅속에서 꿈틀대는 지렁이들까지. 모든 것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이 장대한 봄의 오케스트라는 나의 마음까지 환하게 밝힌다.

이밤에 봄의 오는 소리를 환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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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9도 / 걷기와 수영장에서 운동하기 / 밭 일 / 오랫만에 걸려온 지인과 수다 오래떨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