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일과를 마친 후, 책상에 앉아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오늘도 캔버스를 앞에 두고 그림을 그릴 준비를 했는데 컴퓨터에 비친 ‘어느 날, 무섭도록 일 잘하는 가정부가 들어왔다’라는 영화가 눈에 들어와서 보게됐다. 처음에는 대충 들으며 그림을 시작하려 했지만, 영화의 장면 하나하나가 나를 끌어당겨 결국 그림 그리기를 포기하고 영화에 몰입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이 영화는 목사 부부와 가정부 할머니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다.
목사는 설교 준비에 몰두하느라 가정에 소홀하고, 그로 인해 아내와의 애정도 점점 식어간다. 외로움을 느낀 목사 사모는 골프장에서 만난 선생과 불륜에 빠진다. 이를 눈치챈 가정부 할머니는 사모를 꾸짖는데, 사모는 할머니에게 자기 남편(목사)는 하나님에게 바람난 사람이라며 불평한다. 이 말을 들은 할머니는 교회에서 설교 준비를 하는 목사를 찾아가서 아내를 외롭지 않도록 하고 가정을 돌보라고 강하게 경고한다.
사실 이 가정부 할머니는 남몰래 딸을 지켜봐 온 친어머니였다. 과거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딸을 수녀원에 맡길 수밖에 없었지만, 줄곧 그녀의 삶을 지켜보며 살아왔다. 결국, 딸이 가정을 파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불륜 상대를 살해하고, 딸이 옆집 개의 짓음으로 불현해 하는 것을 알고 개와 주인까지 제거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이야기는 다소 살벌하지만, 그 속에는 인간적인 따뜻함과 영국식 유머가 담겨 있다. 영화는 엄숙한 설교만을 고집하는 목사에게 유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아내를 방치한 결과를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또한, 평생 딸에게 베풀지 못한 사랑을 마지막 순간까지 쏟아붓는 한 어머니의 절절한 마음을 그려낸다.
영화 속 가정부 할머니를 연기한 매기 스미스는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모습마저 감동을 주며, 그녀의 연기가 영화에 깊이를 더한다. 20년 된 영화인데 깔끔한 결말까지 역시 영국식 유머의 매력이 넘친다. 정말 달콤 살벌한 할머니 매기 스미스… (작년 9월에 향년 89세로 작고, 영국의 최고 배우)의 자연스레이 늙은 모습이 여전히 감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