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을 배우러 온 학생들 중 한 명은 첫날 이후 매주 일이 생겨 결국 한 번만 그림을 그리고 끝났다. 대신 새로운 학생이 들어오면서 이번 학기는 6주 만에 마무리되었다. 원래는 4주 과정이었지만, 중간에 합류한 학생을 위해 시간을 더 주기로 했다.
지난주 금요일, 미시간에 사는 친정 조카가 보내준 분홍 장미가 시들어가고 있었다. 너무 활짝 핀 장미 몇 송이를 버리려 따로 모아두었는데, 그림을 배우러 온 학생 한 명이 “너무 아깝다”며 다시 주워 병에 꽂아 두었다. 이 학생은 지난주에도 이 장미 한 송이를 캔버스 뒤쪽에 그렸는데, 너무 잘 그려서 나를 포함한 모두가 감탄했다. 이 장미는 특별하다. 다른 장미보다 꽃송이가 두 배 크고 향도 좋아 장미 중에서도 으뜸이다.
학생이 그린 장미를 보면서 나도 큰 캔버스에 장미꽃을 가득 그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이 돌아간 후 저녁 일을 마치고 캔버스 앞에 앉아 장미꽃을 그리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그림이 쉽게 풀렸다. 어떤 그림은 완성하는 데 몇 년이 걸리기도 하지만, 오늘 그린 장미 꽃밭은 처음부터 자리를 잘 잡아주었다. 너무 신이 나서 하숙 선생님께 촬영을 부탁했고, 일단 전면에 물감을 다 칠한 후 이 글을 쓰고 있다.
이처럼 학생들의 작은 습작에서도 영감을 얻는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모든 사물과 인간관계를 예사롭게 보지 않게 된다.
우리 집에 그림을 그리러 오는 학생들은 “그림 그리기 반 + 맛있는 것 먹고 즐기기 반 = 100점” 공식으로, 항상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예상보다 두어 시간 일찍 온 학생들은 마감 시간도 한참 넘기고 갔다. 나는 너무 팍팍하게 살지 않기로 한 사람이라, 무엇을 하든 기쁘고 행복하다.
사실 그림은 기초와 물감 사용법만 익히면 혼자서도 충분히 그릴 수 있다. 어찌어찌 계속 노력하다 보면 완성되는 법이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땀 흘리며 혼자 그려왔다. 학생들은 그림 수업이 끝났지만, 다시 모여 ‘이바구(수다)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난리다. 거절 못하는 나는 바로 “오케이!”를 외쳤고, 결국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동안 그린 그림을 가져와 품평회도 열기로 했다.
내가 학생들에게 저녁에는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점심에 만나자고 했더니, 학생들은 펄쩍 뛰며 “여기가 우리 가족 집이에요!”라고 외치며 저녁에 만나서 느긋하게 수다 떨려고 했다. ‘허 허 허’ 그들은 마치 우리 집에 자연스럽게 다리를 걸친 듯한 분위기다. 그들은 모두 “인생은 즐거워라!” 노래를 부르며 총총걸음으로 돌아갔다.
이쯤 되면 선생도 덩달아 “앗싸라비아!”를 외치며 잠자리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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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가 상당히 큰 사이즈다. (30″ x 40″) (76cm x 102 cm) Oil on Canvas
한 학생은 아이 pick up 때문에 조금 일찍가서 함께 사진을 못 찍어 아쉬웠다. 모두에게 평안을 기도드린다. (학생들은 2~3개씩 그림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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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흐리고 가랑비가 간간이 내렸다. / 9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