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시간, 새벽 4시 35분이다.
깨어난 시각은 새벽 2시 반. 화장실을 다녀온 후 머릿속에 온갖 생각들이 몰려왔다. 다시 잠을 청해보려 애써봤지만, 잠은 이미 멀리 떠나버린 뒤였다.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 머리맡에 놓인 나태주 시집을 집어 들었다.
제목은 ‘자기를 함부로 주지 말아라’. 읽고 또 읽었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우리는 살면서 참 쉽게 마음을 준다. 그래서 실망하고 상처받는 일도 많다. 그 대상이 이성이든 동성이든, 정 주는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우리 마음은 돈에도, 명예에도, 술 한 잔, 담배 한 모금에도, 시시한 잡담에도, 심지어 노름 같은 것에도 정을 쏟다가 결국
낭패를 본다. 그렇지만 우리가 정을 주어야 할 진짜 대상은 따로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기쁨에게,
아름다움에게,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마음에게
정을 주라고 한다.
그렇게 살면 세상이 달라진다. 아니다, 세상이 달라지는 것만 아니라, 우리 마음이 젊어지고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이어 작가는 말한다. 자기를 함부로 아무 것에나 주지 말라고. 무가치한 것들에 자기를 맡기지 말라고, 그건 악덕이며, 인생에게 죄 짓는 일이란다.
그리고 시의 마지막 구절, 그 문장이 내 마음을 오래도록 울린다.
“가장 아깝고 소중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그러므로 보다 많은 시간을 자기 자신한테 주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날마다 가장 중요한 삶의 명제요 실천 강령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고요한 밤중, 모든 사물들이 숨을 죽이고 쉬고있다. 낮에 거친 나무 위에서 발발거리며 움직이던 불개미와 그 곁에서 조금씩 자신을 나타내던 꼬마 거미의 출현도 매우 아름다웠다. 이 녀석들에게 정 주는것은 나쁘지 않겠지? 아이고 지금 4시 52분, 어서 자야지… 교회가서 졸지 않아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