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마당에 핀 들꽃들 : 심지 않았어도 저마다 자리 잡고 피어난 들꽃들. 스스로 씨앗을 날리며 영역을 넓혀가지만, 하나같이 모두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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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미뤄두었던 창고 정리를 드디어 했다. 마침 오늘 기온이 올해 최고로 올라 17도나 되었기에 딱 좋은 날이었다. 창고에는 리사이클 센터에 가져갈 우유병, 주스병, 와인병 같은 병들과 오래된 프라이팬, 컴퓨터 프린터 같은 철제품들이 쌓여 있었다. 병들은 GFL Environmental이라는 회사에 가져가면 돈을 조금 받을 수 있는데, 우리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다. 철제품들은 정해진 장소에 그냥 버리면 된다.
내가 가져간 것들의 대금 $5.50 을 받고 나오다가 자동차를 타려고 하는데내 앞에서 먼져 깡통을 팔았던 그 청년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가 가는 줄 알았는데 다시 커다란 비닐봉지에 가득 찬 깡통을 자전거 옆에 내려놓고 꺼내 세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깡통을 주워 모아 파는 청년 이었다.
“오늘 깡통 많이 가져왔어요?” 하고 내가 말을 걸자, 청년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어제보다는 못합니다.” 그 미소가 어찌나 해맑고 예의 바르던지 나는 그 청년 가까이 다가갔다.
“그럼 이렇게 매일 깡통을 모아서 팔면 한 달에 얼마쯤 벌어요?”
“주 5일 일하고 한 천 불 정도 벌어요.”
오! 이것도 주 5일 근무란 말이지. 나는 그가 주 7일이 아닌 게 더 마음에 들었다. 부자가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자신에게 맞는 리듬을 지키며 쉬어가며 일하는 것도 참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청년의 자전거에 이불 보따리가 묶여 있는 걸 보니 홈리스인것 같아서 그에게 물었다. 잠잘때 힘들지요? 특히 겨울엔 많이 추울텐데…”라고 묻자, 지난 겨울은 그래도 견딜만 했다고 했다. 돈이 조금 모이면 전기 자전거로 바꾸고 싶다고 하면서 해맑게 웃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형이 나나이모에 산다며, 종종 자전거 타고 형을 보러 간다고 한다.
검색해 보니 빅토리아에서 나나이모까지는 약 110km, 자전거로 6~8시간 걸린다. 자전거로는 거의 낮시간 종일 가야만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그 청년은 그 긴 여정을 가볍게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부모님은 이혼 후 각각 따로 살고 있지만, 서로 자주 연락하며 잘 지낸다고 한다. 청년은 겉모습도 멀쩡하고, 이도 가지런히 고르고, 말도 예쁘게 하는 모습에 누가 봐도 건실하고 명랑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어떻게 하다가 보금 자리를 잃어버렸다고 하면서 이렇게 사는것이 불행하다고 여겨지지는 않다고 말했다. 홈리스라고 해서 다 이상한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게 해 준 만남이었다.
그 청년 덕분에 오늘 하루가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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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17도 / 수영장 다녀오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