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굴레밭 앞에서

바람에 살랑이는 둥굴레 잎들
조용히 고개 숙인 하얀 종 모양의 꽃들
이 작은 밭을 지날 때마다
스믈스믈, 행복이 마음 속에서 퍼진다

누가 심은 것도 아닌데
내 마당에 약초가 자라난다니
이건 분명, 자연이 내게 건넨 선물이다

햇살을 머금고 자라난 그 잎사귀
이듬해를 꿈꾸는 뿌리줄기
가을이면 살짝, 아주 살짝
몇 포기만 캐서 말릴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이 평범한 날 속에서
이토록 특별한 기쁨을
둥굴레가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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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 밭 앞에서

며칠 새 햇살 품고
살금살금 자라난 열무들
나 몰래, 밤낮을 가리지 않고
더북머리를 수북이 치켜들었다

가느다란 허리,
땅속 깊숙이 박힌 여린 다리들
서로 부대끼며 숨죽인 듯
조용히, 그러나 쉼 없이 자란다

아, 너희들을 본 순간
내 마음 벌써 흥분의 도가니
고추가루 뒤집어쓰고
마늘과 젓국에 풍덩 빠질 너희의 미래

딩굴딩굴 굴러가며
유산균으로 몸을 덧입고
식탁 위에 오르면
사람들, 맛있다고 깜짝 놀라

젓가락질 더 바빠진다

열무야, 열무야
너희 숨결까지 아끼고 싶어
몇 주만, 딱 몇 주만 더
함께 설레며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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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한국 호박, 상추, 도라지 등 몇개의 씨앗들을 더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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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18도 / 수영장 다녀오다. / 내일 저녁은 GMC 회원들이 모이는 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