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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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으로부터 책 다섯권을 빌렸다.

*색맹의 섬 *그리고 잘 지내시나요, 올리버 색스 박사님? *한울회 사건의 진실 *다윈의 사도들 *모든 것은 그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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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 ‘색맹의 섬’을 먼저 읽기로 했다. 책은 326페이지이고 그냥 보통 두께다. 요즈음은 낮에 틈만나면 마당일이 너무 많아서 책을 볼 엄두를 못내지만 저녁에 설거지를 마치면 두어시간 짬을 낼 수 있다. 색맹의 섬이 있다는 것을 처음 들었다. 이 책을 읽기위해 우선 이 섬을 찾아보았다.

‘색명의 섬’ 배경은 태평양의 미크로네시아에 위치한 핑겔라프 섬과 푸나페섬인데 이곳은 한때 쓰나미로 대부분 인구가 사망하고, 생존한 20명 중 한 사람이 전형적 전색맹(achromatopsia)유전자를 지니고 있었다. 그 후 이 한 사람으로 인해  유전병이 섬 안에서 퍼져서, 지금은 주민의 10%가 전색맹이다. (보통 인구에서는 1만 명 중 1명이 전색맹)

태평양 서부, 미크로네시아의 동부 캐롤라인 제도에 위치한 작은 산호섬인데 이곳에는 세 개의 섬 (Pingelap Island, Sukoru, Daekae)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중 핑겔라프 섬만이 유일하게 사람이 살고있다. 전체 육지 면적은 약 1.8㎢ 로 매우 작은 규모다. 인구 약 250명 정도다.

캐나다 빅토리아에서 미크로네시아의 핑겔라프 섬까지 가려면 여러 경유지를 거쳐야 하며, 여정에는 이틀 정도가 소요된다. 이 섬은 워낙 작아서 정기 항공편이 없고, 보트나 소형 경비행기로만 들어갈 수 있다.

올리버 색스는 직접 이 섬을 방문해 주민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삶과 지각 방식을 깊이 탐구했다. 그는 단순한 의학적 관심을 넘어서, 색맹이라는 병을 통해 인간의 삶 전체를 이해하려 했고, 그들이 지닌 독특한 세계관과 인간성에 주목했다. 이 책은 의학 보고서를 넘어 문화적·인류학적 통찰을 담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책의 초반부에는, 교통사고 후 뇌출혈로 색맹이 된 한 화가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색을 보는 능력뿐 아니라, 색을 상상하거나 기억하는 능력, 심지어 꿈에서조차 색을 떠올릴 수 없게 되었다. 그에게 세상은 회색빛으로만 보였고, 그림도 음식도, 심지어 사랑하는 아내마저 ‘납빛’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나는 지금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문득 멈춰 숨을 고른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온갖 색을 볼 수 있었고, 그것을 자유롭게 그림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만약 색을 구별할 수 없다면 세상은 하나의 색으로 덮여 있을 것이고, 그 안에서 무슨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그러니, 나의 독자들이여, 혹시 지금 어떤 고민 속에 있다면 생각해보자. 당신이 이 세상의 색(color)을 볼 수 있다면, 이미 삶에 감사할 이유는 충분하다. 눈이 제 기능만 해줘도 우리는 행복을 듬뿍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 우주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이 여전히 많다. 책을 통해 핑겔라프 같은 섬이 존재함을 알게 되었고, 그곳을 탐구한 올리버 색스라는 의사이자 과학자가 있었음에 나는 깊은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

배우고 깨닫고 참으로 행복한 하루를 또 보냈다. 나에게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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