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Joyce 할매가 가져온 백합이 활짝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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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수영장에서 겪은 따뜻한 순간을 되새겨본다. 아침이면 늘 가는 수영장의 Aquafit 시간이지만, 어제는 조금 특별했다. 핫 탑으로 들어가려 발을 들여놓는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층계 아래에 앉아 있던 젊은 청년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보더니 재빠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깜짝 놀랐지만, 그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방긋 웃으며 내 손을 잡아주었다. 그 미소에 깜짝 놀란 마음이 스르르 풀려버렸다.

사실 나는 그 청년을 자주 본다. 화요일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수영 수업이 있는데, 그는 그 프로그램에 늘 참가하는 청년이다. 몸은 일반적인 기준과는 조금 다르다. 키도 작고 걷기도 어색하지만, 그는 늘 환하게 웃고, 강사에게 와서 먼저 허그를 하기도 하며, 마치 강사처럼 우리를 향해 팔을 흔들고 물장난을 쳐 준다. 그런 그를 볼 때마다 ‘참 따뜻한 사람이다’라고 느꼈지만, 어제처럼 직접 내 손을 잡아주며 나를 감동케 한 것은 처음이다.

그 청년의 손은 작고 따뜻했다. 그에게 손을 잡혀 있다가 놓는 그 찰나, 문득 그가 얼마나 선하고 예의 바른 사람인지 마음속 깊이 느껴졌다. 외모나 조건보다 훨씬 빛나는 건 그 사람의 마음이라는 사실을, 나는 그 순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다른 할매가 내게 말했다.
“그는 언제나 우리에게 감동을 주네…”

이 장면이 나만의 감정이 아니었음을 확인하는 말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그 청년에게서 받는 따뜻한 에너지를, 모두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문득 학창 시절 첫사랑에게 손목을 살짝 잡혔던 이후로 남자에게 내 손을 다시 잡혀본것이 60년만에 처음이라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때 처럼 두근거림은 없었지만 사람의 마음은 작은것에 감동되는 듯 하다.

나는 종종, 삶이 우리에게 주는 작은 선물들을 그냥 지나치기 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매 순간이 새롭고 경이롭다. 어제처럼 아무 계획 없이 맞이한 한 장면이 하루를 환히 밝혀주기도 한다.

그 청년은 분명 살아오며 힘든 시간을 많이 겪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잃지 않은 그 미소가 오래도록 변치 않기를, 그리고 그가 걸어가는 삶의 길 위에 언제나 그의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사람들이 함께하길 진심으로 기도해본다.

다행히도 이곳 캐나다에서는 장애 아동과 청년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수영장에 올 때도 장애인 한 명당 돌봄을 맡은 보호자가 꼭 함께 입장하도록 되어 있다. 참으로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누군가에게 내미는 따스한 손길은 또 다른 사람에게도 그 온기를 전한다. 그렇게 작은 배려 하나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며, 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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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15도 / 바람이 많이 불다. / 맑음과 흐림 / 수영장 다녀오다. / 내일 점심은 번개손님 3분이 온다. 조금전까지 묵쑤고 고사리를 삶아놓았다고 수육도 냉동실에서 꺼내놓고 이제 잠자리로 이동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