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부터 머물던 손님이 오늘 오후에 돌아갔다. 사람을 맞이하는일은 육체적으로는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지만 그 대신 많은 얘기들을 나눔으로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갖게되어 기쁘다.
나이가 든 사람들이 오랫만에 누군가를 만나면 깜짝 놀란다. 어쩌면 저렇게 늙었을까. 그리고 곧바로 생각이 미친다. ‘저 모습이 어쩌면 지금 내 모습이겠지.’ 당황스럽고, 슬프다. 그러니까 나이들면 최소한 일 년에 한 번은 얼굴을 교환해야 한다. 그래야 충격이 덜하다. 나이든 사람이 몇 년 만에 만나면, 그 사이 세월이 훅 하고 지나가버린 것을 실감하게 된다. 나이든 사람들 가운데 안보던 사이에 정말로 ‘팍삭’ 늙은 얼굴들을 보게 되면, 마음이 먹먹하다.
어린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주 어릴 땐 천천히 자라다가도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하루가 다르게 큰다. 몇 년 못 본 사이에 훌쩍 자라 있는 아이들을 보면, 참 세월이 빠르다고 느끼게 된다. 이처럼 시간이 흐르면 아이들은 크고, 어른은 늙는다. 젊은 시절 40에서 60까지 별다른 티가 안 난다. 하지만 70이 넘으면 빠르게 늙어간다. 모든 신체 기능이 느려지고, 머리카락은 하얘지고, 피부는 윤기를 잃고, 어깨는 축 처진다. 늙음이 아주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며칠 전, 밴쿠버에 있는 친구와 통화하던 중 그 친구가 말했다.
“늙으면 만나지 말아야 돼.”
서로 쓴웃음을 지었다. 그 말 속에는, 옛 모습 그대로를 기억하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 있었다. 앳된 시절의 웃음과 생기를 지닌 얼굴로 서로를 간직하고 싶다는, 그런 소망.
어제 Malahat Sky Walk에서 느낀바가 크다. 어제 글 속에 조금 얘기를 했지만, 10 층 높이까지 올라가는 길, 강한 바람이 태풍처럼 몰아쳤다. 나는 한 발자국씩 조심스럽게 디디며, 자꾸만 멈춰 서기를 반복했다. 머뭇거리며 걷는 내 모습이 낯설었다. 계단 끝에 다다를 즈음, 갑자기 내 머릿속에 ‘쨍’ 하고 울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너도 별수 없이 늙은이야. 이제부터라도 네가 늙었다는 사실을 인정해. 늙은 사람답게 행동 반경을 조심해야 해.”
그 소리는 하루 종일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그렇다. 나는 늙었다. 이제 ‘늙음’이라는 강의 중간쯤에 도착해 있다. 슬퍼할 일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던 생각 — ‘나는 아직도 팔팔하다’는 허상을, 나는 어제 그 바람 속에 흘려보내고 왔다.
바닷바람은 강했고, 그 강한 바람 속에서 내 생각도 비워졌다. 이제는 더 단단하고, 더 유연하게 늙음을 받아들여야겠다고 다짐한다. 이것이 바로, 나이 듦을 제대로 살아내는 첫걸음이 아닐까.
매일 매순간 깨닫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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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17도 / 수영장 다녀오다. / 내일은 우리교회에서 선교 바자회가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