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딸기 하나가 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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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부터 알게 된 마틸다 할매를 수영장에서 다시 만났다. 몬트리올에 사는 그녀는, 남편의 절친이 세상을 떠난 뒤 유산 정리 등의 이유로 여러 번 빅토리아를 찾곤 했다. 덩치가 크고 씩씩하며, 인상마저 무척 상냥한 마틸다 할매는 나를 보자 반색을 하며 다가왔다. 예전 그녀가 올 때마다 우리 집에 초대해 함께 식사한 기억 때문인지, 나에 대한 고마움을 늘 잊지 않는다.

이번에 그녀는 열흘쯤 빅토리아에 머문다며 수영장 탈의실에서 이런 말을 꺼냈다.
“엘리샤, 나는 몬트리올 집에 돌아가기 전에 이곳에서 머리도 멋지게 하고, 손발톱에 매니큐어도 바르고, 이도 하얗게 표백해서 주변 사람들한테 ‘짜잔~’ 하고 나타나고 싶어.”
내가 “그래, 멋지게 변신해서 친구들 앞에 당당히 나서봐! 젊어지는 거지 뭐.” 하자, 그녀는 생긋 웃으며 “호호호~ Thank you!” 한다.

돌아서며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렇게 한다고 뭐가 그리 달라지겠노? 애그그 할매, 우짜란 말이냐.’

그녀의 모습은 분명 젊은 날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내가 그녀의 젊은 시절을 본 적은 없지만, 틀림없이 멋졌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살이 오를 대로 오르고, 머리카락은 가늘고 성기며, 이빨은 뾰족하게 질서없이 들쑥날쑥 하다. 손톱과 발톱이야 색을 입히면 좀 예뻐 보이겠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돈만 날리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또 다른 애쉬라는 할매는 수영장에 오면서도 매번 ‘톤 온 톤’으로 옷 색을 맞춰 입고 온다. 내가 그 할매를 보면서
“어머, 오늘은 완전 오렌지 테마네?” 하면
“그럼, 나는 매일 옷에 신경 써~” 하고 당당하게 응수한다.
키가 매우 작은 이 할매 역시 몸매라곤 내세울 것 없지만, 립스틱도 바르고 손톱도 다듬고, 자신의 스타일을 놓치지 않는다. “비싼 돈 들이지 않고,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거야.” 라며 으쓱하는 모습이 멋있지는 않지만 그냥 귀여운 할매 모습이다.

사실 수영장에서 운동이 끝나고 탈의실에서는, 할매들 중에 립스틱을 바르고, 분을 톡톡 두드리고, 아이라인까지 또렷하게 그린 뒤 당당하게 문을 나서는 이들도 종종보게된다. 내가 보기엔 화장을 해도 안 해도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그들은 분명히 자기만족으로 그럴 것이다. 할매들의 정열은 여전히 우리 안에 살아 있다.

 늙어 죽을때까지 여자를 놓치고 싶지 않는것, 이것이 여자의 본능이다.

멋 부리는 할매들에게 힘껏 박수… 할매 만세!!

저녁 : 계란찜, 쑥국, 샐몬 회, 샐러드

날씨 : 맑음 / 16도 / 수영장 다녀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