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한 번 글로 쓴 적이 있다. 마당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들 중에, 진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짜인 잡초들이 끼어들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이야기다. 여름이 되자 이놈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여러 채소밭에 기생하듯 자리를 잡고 있는데, 특히 쑥갓, 부추, 얼갈이배추 그리고 열무 주변엔 그와 매우 흡사하게 생긴 잡초들이 어김없이 숨어든다. 뽑아도 뽑아도 며칠만 지나면 또 슬그머니 달라붙어 있으니,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이 정도면 잡초들의 생존 전략도 대단하다 싶다.
그런데 식물 뿐만이 아니라 곤충들 중에도 이런 것들이 있다.
곤충들은 꽃처럼 분홍색 혹은 살색등 꽃 색깔에 맞춰서 변신하기도 하는데 뿐만 아니라, 몸에 꽃잎처럼 생긴 울퉁불퉁한 부분도 가지고 있다. 불쌍한 곤충이 꿀을 먹기 위해 이 ‘꽃’ 혹은 ‘나뭇잎’에 앉는 순간, 재빨리 그것을 낚아채서 먹어치운다. 이런 위장을 의태(擬態, mimicry or camouflage)라고 부르며, 포식자를 피하거나 먹잇감을 유인하기 위한 전략이다.
아래에 대표적인 예들을 소개한다.
꽃처럼 위장하는 곤충들
1. 꽃사마귀 (Orchid Mantis)
동남 아시아에서 서식하는데 난초처럼 생긴 몸으로, 벌이나 나비 같은 곤충을 유인해 잡아먹는데 아래 사진과같이 진짜 꽃 옆에 있어도 구분이 어렵다.
2. 가짜벌 (Flower Fly / Hoverfly)
이 곤충은 겉모습은 벌처럼 생겼지만, 실제로는 파리의 한 종류다. 꽃에서 꿀을 빠는 행동까지 벌처럼 흉내 내며,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하지만 이 곤충은 벌과 달리 침이 없다. 즉, 가짜 벌이다. 포식자들은 이 곤충을 진짜 벌로 착각하고 ‘쏘일 수 있으니 건드리지 말자’고 생각해 피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벌처럼 보이는 외모 덕분에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다.
나뭇잎이나 나무껍질로 위장하는 곤충들
3. 나뭇잎벌레 (Leaf Insect)
*몸 전체가 진짜 잎사귀처럼 생겼고 심지어 마른 잎, 구멍 뚫린 잎, 잎맥짜지 흉내낸다. 바람에 흔들리는 것까지 따라한다니 정말 천제들아닌가!
4. 대벌레 (Stick Insect)
나뭇가지처럼 길쭉한 몸을 가진 곤충인데 낮에는 나뭇가지인 척 가만히 있다가 밤에만 활동한다.
5. 유럽 왕사마귀 (European Mantis)
주변 식물 색에 따라 몸 색이 녹색, 갈색 등으로 변한다. 배경에 섞여 와사마귀가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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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몸 색깔을 바꾸고, 심지어 잎사귀처럼 보이기 위해 몸에 구멍까지 낼 수 있는 곤충들이 있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고 신기하지 않은가! 사람만 똑똑한 게 아니다.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는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준다. 정말 경이로운 일이다. 와우! 자연은 그 자체로 위대한 스승이다. 이번 가을에 아이들과 놀때 이런 책 얘기를 많이 해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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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흐리고 맑음 / 15도 / 수영장 다녀오다. / 내일은 빅토리아 여성회 총회가 있는 날이라 참석하게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