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가 곧 세상 구경을 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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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 만나는 오래된 할매들은 대부분 이름을 알고 지내는 사이다. 낯선 얼굴이 눈에 띄면, 며칠 지켜보다가 꾸준히 나오기 시작하면 나는 먼저 인사를 건넨다. 이곳에 정기적으로 오려는 할매인가 싶기 때문이다. 보통 이곳 할매들도 이름을 나누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나는 적어도 내 주변 할매들과는 수다떨며 친근하게 지낸다.
몇 달 전부터 젊은 여성이 함께 운동하고 있다. 조금 과체중이지만 운동을 성실히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고, 무엇보다 성품이 참 곱다. 어제는 운동 시작 전에 내가 이름을 물었더니, 그녀는 웃으며 “앨리시~아”라고 했다. 나도 “엘리샤”라고 대답하니, 우리 둘은 동시에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나는 이 ‘앨리시~아’에게 여러 번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맨손으로 30분간 수중운동을 하고 나면 누들이나 덤벨 같은 보조기구를 사용하는데, 나는 앞줄에 서 있기 때문에 이런 기구들을 쉽게 챙길 수 있다. 하지만 뒤쪽에 있는 사람들은 모자랄 경우 강사가 멀리서 가져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일이 잦다.
그런데 ‘앨리시~아’는 자기 앞에 있는 기구들을 본인이 쓰지 않고, 뒤쪽 사람들에게 하나씩 건네준다. 그리고는 본인은 끝까지 기다려 강사가 따로 가져다주는 것을 사용한다. 처음엔 그녀의 행동이 너무 신선하고 놀라웠다. 그런데 그런 배려는 단 한 번의 우연이 아니었다. 그녀는 올 때마다 늘 그렇게 행동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늘 남보다 먼저 챙겨야 살아남았던 내게 그녀의 모습은 깊은 울림을 준다. 물속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그 자리에서조차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그녀의 태도는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어제 운동 전, 나는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당신의 배려 깊은 행동이 정말 보기 좋다. 나는 잘 하지 못하는데, 여러 번 당신을 보며 당신의 고운 마음을 보게됩니다.”
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Thank you, 울 엄마의 가르침이에요.”라고 말했다.
그 한마디가 내 마음에 깊이 박혔다.
매주 교회에서 수없이 들었던 설교—남에게 선하게 하라, 양보하라, 욕심 부리지 마라—는 설교는 그냥 설교에 그쳤단 말인가! 물속에서 ‘앨리시~아’가 보여준 작은 배려 하나가 어떤 가르침보다 더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내게 말해준다. “엘리샤야. 너도 물속에서 만난 ‘앨리시~아’처럼, 너도 작은 일에도 누군가를 배려하는 일을 실천해 보렴” 이처럼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것은 큰 것이 아니다.
그리고 오늘, 문득 ‘Alicia’의 이름 뜻을 찾아보았다.
고귀한(noble).
나… 정말 고귀한 사람 맞는 걸까? 곱게 살다보면 조금은 고귀한 것에 가까워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영어 이름의 뜻을 알고나니 앞으로 더 이름값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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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16도 / 맑음 / 수영장 다녀오다. / 애프런 2개 새로 만들다. / 어제는 연극연습 2차 있었다. / 마당에 있는 긴 의자 색칠하다.
Before

Af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