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을 비롯하여 어느 집이나  텃밭이 있는 집은 매일 조금씩이라도 잡초를 뽑아야한다. 매일 자라나는 풀들 가운데, 유독 올해는 어떤 키가 납작한 풀이 눈에 많이 띄었다. 처음엔 “이 잡초가 왜 이렇게 왕성하지?” 하며 하나둘 캐내다가 문득 오래전 미국에서 지냈던 시절이 떠올랐다.

당시 교회 청소부인 멕시코계 남자가 한 번은 텃밭에 자라는 풀을 가리키며, 자기네 고향에서는 이 풀을 귀하게 여기는데 미국 사람들은 안 먹어서 이 풀을 볼때마다 고향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멕시코에서는 값도 싸지 않은 인기 있는 식재료라고 말했는데 나는 속으로 ‘도대체 무슨 잡초를 먹는다는 거지?’ 하고 흘려들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풀은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벌써 25년 전의 이야기다.

그러다 며칠 전, 텃밭에서 잡초를 뽑던 중 그 풀이 눈에 들어왔다. 봄에 퇴비를 듬뿍 주었더니 땅 위로 이 풀이 와글와글 자라난 것이다. 순간 그 멕시코 남자의 말이 떠올랐고, 얼른 컴퓨터를 켜서 구글 서치에게 이 풀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대답은 ‘쇠비름(purslane)’이라는 것이다.

쇠비름?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다. 생각해보니 어릴 적 엄마들이 하는 말 중에 ‘쇠비름’이란 단어가 있었던 것 같았다. 정말 먹을 수 있는지 이번에는  AI에게 물어보니, 좌악~ 하고 정보가 쏟아졌다.

“쇠비름은 전 세계적으로 식용과 약용으로 쓰여 온 다육질 한해살이 풀입니다. 오메가 3, 항산화 물질, 비타민이 풍부한 야생 퓨퍼푸드로, 염증 완화, 면역력 강화, 심혈관 보호,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우왕~ 이건 캐야 해!

나는 산에 나물 캐러 가듯 신 바람이 나서 칼을 들고 텃밭으로 나가 쇠비름을 줄줄이 캤다. 이것을 잘 다듬어 요리해서 저녁 반찬으로 상에 올렸다. 마침 하숙 선생님께서 “무슨 처음보는 새로운 나물이 올라왔어요?”라고 물으시길래, “선생님, 무병장수 풀입니다~” 하고 말하며 함께 웃으며 함께 식사했다.

식감은 약간 미끈했지만 양념장을 곁들이니 기막히게 어울렸다. 텃밭에서 난 새로운 야채 요리, 이름도 멋진 슈퍼푸드 쇠비름이 내 식탁에 처음 오른 것이다.

나는 왜 그동안 이 풀을 그냥 지나쳤을까? 그저 접해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즐겨 먹는 고사리도 외국 사람들은 아무도 먹지 않는데, 우리 한국 여성들은 봄마다 산으로 고사리 캐러 인삼 캐듯이 다니지 않던가?

세상은 넓고, 먹을 수 있는 식물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 앞으로는 더 열린 마음으로, 땅이 주는 작은 선물들을 귀히 여기며 맛보고 싶다. “하루도 열심히 잘 살았다 고마워”라고 내 등을 두들거주며 잠 자리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