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의 물탱크에서 살아 있는 랍스터 몇 마리를 사서, 새벽에 빅토리아로 돌아왔다. 오랜만의 여행은 설렘도 있었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도 함께 따라왔다.
핼리팩스에서 출발하는 비행기가 한 시간 지연되더니, 토론토에 도착한 후에도 게이트에 들어가지 못하고 활주로에서 한 시간을 더 대기했다. 결국 빅토리아로 가는 연결편 비행기를 놓치는 것이 확실해졌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기내에서 조바심을 품은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 순간에는 다음 날 아침 비행기를 탈 각오까지 하며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갑자기 AC612의 문이 열리며, 우리가 타야 할 AC1903편이 아직 대기 중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승객 아홉 명 모두가 가방을 들고 황급히 달리기 시작했다. 사고 이후 다리에 무리가 있어 나는 빠르게 뛸 수 없어 맨 마지막으로 살살 뛰어갔지만, 다행히 예정된 내 자리에 무사히 앉을 수 있었다.
하이고야, 집을 나서면 이렇게 뜻밖의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요즘 항공편은 지연도 잦고, 예기치 못한 사고도 많다. 마당이 넓은 이 캐나다에서는 동서로 한 번 이동하려면 하루가 걸릴 정도이니, 여행 한 번 하기도 결코 쉽지 않다. 그래도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그 시간들은 참으로 소중하고 즐겁다.
딸과 사위와는 “내년에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남기고 잠시 이별했다. 딸은 언제나 “I have only one mother.”라고 말하며, 속 깊은 정성으로 나를 살뜰히 보살펴 준다.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아침 햇살에 정원을 들여다보니, 열흘 사이 훌쩍 자라난 해바라기와 데이지 꽃들이 나를 조용히 반겨주었다. 역시 집이 최고다. 여행이 주는 설렘도 좋지만, 이렇게 익숙한 정원의 꽃들 사이에서 커피 한 잔 들고 숨을 돌리는 이 시간은 더없이 평화롭고 안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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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포장해 준 랍스터 박스는 제법 튼튼했다. 이 박스 하나에 큰 랍스터가 여섯 마리까지 들어가고, 가격은 파운드당 16불 정도였다. 얼음팩 대신 박스 안에는 얼린 녹두나 냉동콩을 넣어 주었는데, 이런것들은 유해 성분이 없고, 녹더라도 해산물과 직접 닿아도 안전하기 때문에 자주 사용된다.
평소에 핼리팩스가 고향이라는 죠이 할매는 요즘은 랍스터가 너무 비싸서 사 먹기 어렵다고 내게 몇 번이나 말했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마음에 새겨두었고, 이번에 죠이 할매에게 한 마리 주려고 더 샀다. 내일 수영장에서 죠이 할매에게 조심스레 건네면, 아마 무척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랍스터보다 더 값진 건, 우리들의 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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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리아 날씨 : 맑고 고요하다. / 21도 / 푹 쉬는 중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