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아일랜드 나잇 Update : Donation $100 (원경순)  / 여성회에서 친환경 가방 3개 도네션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식사시간이 6시로 변경되었고 행사는 7시에 거행됩니다. 각자 의자 가져오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단 타주나 미국에서 오는 분들을위해 여분의 의자는 준비해 두었습니다. 의상 : 빨강, 분홍 / 현금 지참해 오셔서 도네션이나 경품 추첨에 동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미 많은 분들이 도네션 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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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는 오래전, 앤티크 샵에서 사온 주전자가 하나있다. 어제 집안 대청소 및 카펫 청소를 하면서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이 주전자와 눈이 마주쳤다. 이 주전자가 언제 어디서 만들어 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랜 세월의 이야기들이 묻어있다.

나는 2011년, 빅토리아 투데이 신문에 ‘세월의 색’이라는 제목의 수필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 수필을 다시 꺼내 읽는 지금, 손에 쥐고 있는 이 오래된 주전자를 바라보며,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세월의 색이란 과연 어떤 빛깔일까?

그 이야기는 내가 미국에 살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 신문에서 ‘Art Painter 구함’이라는 광고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호기심이 일었고, 곧바로 광고에 적힌 장소로 찾아갔다. 엘에이 다운타운 한복판,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늘어선 단지 안에 있는 오래된 성당이었다. 그 건물을 개조해 오페라 하우스로 만들기 위해, 내부에 ‘앤티크 색’을 입히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그 공간에는 이미 여러 예술가들이 다녀간 흔적이 있었고, 나도 그들 중 하나로 붓을 들게 되었다. 높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물감과 물, 그리고 붓 한 자루로 먼지가 수북이 쌓인 건물 벽면에 ‘세월’을 칠하는 작업이었다.
한참 몰입하여 색을 만들어내며 칠하고 간 뒤,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연락이 왔다. 내가 가장 근사한 색을 만들어냈다고, 다시 와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 순간, 나는 ‘색을 만든다’는 것이 단순한 기술이 아님을 알았다. 그것은 은총처럼 하늘에서 내려오는 순간적인 감각이었다.

학교에서 배운 공식—노랑 + 파랑 = 초록—만으로는 결코 좋은 아티스트가 될 수 없다. 색은 머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고 심장으로 섞어내는 것이다. 한창 몰입할 때면, 마치 붓이 살아 있는 듯 이리저리 뛰며 스스로 그림을 완성하곤 했다.

나는 문득, 인간의 삶도 색으로 비유해보고 싶어졌다.

삼십 대는 세상의 무서움을 모른 채 펄펄 뛰는 원색(原色)의 시절이다. 자신감 넘치고, 기세가 등등하다.
사오십 대는 인생의 결실을 맛보며 풍요로움에 젖는 시간이다. 이 시절의 색은 밝고 오묘하며, 삶의 절정이 담긴 색이다.
그리고 노년에 접어들면, 친구들이 하나둘 떠나고 병원 문턱이 익숙해지며, 인생의 끝자락을 의식하게 된다. 이때 인간은 마치 푹 익은 벼처럼 모든 것을 이해하고 체념하게 되며, 그 색은 앤티크로 표현된다.

세월이 만들어낸 색은 단순한 퇴색이 아니라, 올바른 판단력, 넓은 이해심, 깊은 통찰력이 축적된 고도의 색이다.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사람의 외모는 수수할지 모르지만, 그 내면은 수 만 가지 색이 뒤섞인 먼지 같은 색, 골동품의 빛깔이다. 나는 그 빛을 ‘세월의 색’이라 부른다.

러시아 출신 화가 칸딘스키는 “색은 메아리처럼 울림이 있어서 영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했다.
그렇다면 내 영혼에 입혀지고 있는 ‘세월의 색’은 어떤 빛깔일까?

나는 이제 안다. 그것은 유행을 따르지 않는 색, 쉽게 흉내낼 수 없는 색, 세월이 빚은 깊고 고귀한 색이다. 그 색은 오늘도 나를 감싸며, 조용히 말을 건다.

“당신은 이만큼 잘 살아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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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20도 / 수영장 다녀오다. / 자주와서 집안 청소를 해주는 빅토리아 아들의 점심 초대를 받아 다녀왔다. 고맙다. 새로 큰 새 집을 장만한 아들의 가족들에게 늘 건강과 평화가 깃들기를 바란다. / 연극팀은 마지막 연습을 마치고 갔다. 나레이션을 맡은 황정아 씨도 함께 연습했다. 주연 배우 유현자씨와 김성일씨는 열정을 다해 대사를 외우며 의상까지 갖춰 입고 연습에 임했다. 토요일, 이 연극이 찬란히 빛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