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었다. 잠도 오래 자고, 몸도 일부러 느리게 움직였다. 이처럼 일상을 잠시 멈추고 나를 쉬게 하는 시간이 얼마나 귀하고 유익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는다. 쉼은 게으름이 아니라, 삶을 오래도록 이어가기 위한 지혜임을 알게 된다.

그 사이 정원의 꽃들도 하나둘 고개를 숙이고 있다. 봄부터 정성껏 심어 놓은 해바라기들은 이제 묵직한 씨앗을 품었고, 그 씨앗은 새들의 기쁜 먹이가 되었다. 자연은 늘 때를 알고 흐르듯, 여름도 어느새 훌쩍 지나가고 있다.

자두나무에는 자두가 노랗게 익어 제 스스로 툭툭 떨어진다. 가까이 사는 지인들에게 연락해, 시간이 되면 와서 따 가라고 전했다. 이맘때 쯤 이면 언제나 느낀다. 시간은 참 빠르게 흐르고, 내 나이도 어느덧 삶의 끝 자락에 와 있다.

요즘은 백세 시대라고들 하지만, 나는 솔직히 그 긴 세월을 마냥 반길 수 없다. 병들고, 정신이 흐려지고, 때로는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노인들의 모습을 자주 마주하면서 ‘나는 그렇게 살지 않으리라’ 다짐하게 된다. 품위를 잃지 않고, 마지막까지 내 의식과 의지를 지키며 살아가고 싶다.

지난달 딸 집에 들렀을 때,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세상 떠나더라도 너무 슬퍼하거나 울지 말거라. 인생은 누구나 그렇게 지나가는 것이고, 엄마의 마지막 시간도 참 감사한 날들이었단다.”
딸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 뜻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주었다. 그 태도가 고맙고, 마음이 놓였다.

살아온 날이 많아질수록, 삶은 꼭 많은 것을 해야만 빛나는 것이 아님을 안다. 한 걸음 멈추고, 자연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이와 마음을 나누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이 든 삶이 누릴 수 있는 가장 고귀한 평안이 아닐까.

늙음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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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23도 / 쉼을 갖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