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저녁을 먹고 잠시 쉬려고 누웠는데, 정신은 또렷한데도 몸이 천근만근이라 밤 열두 시까지 뒤척이다 결국 글을 쓰지 못했다. 오늘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부지런히 컴퓨터 앞에 앉아본다.

매일 하루도 거르지않고 힘내어 예전처럼 수영장도 빠짐없이 다니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나를 짓누르는 통증과는 쉽게 이별이 되지 않는다. CT 스캔 결과는 나왔지만 뚜렷한 답이 없어 의사도 나도 어정쩡한 상태다. 게다가 담당 홈닥터가 휴가 중이라 임시 의사와 통화만 했는데, 별다른 처방 없이 예전에 다친 이야기만 하고 대화를 끝냈다. 다행히 월요일에 홈닥터가 돌아온다니, 그때 운 좋게 약속이 잡히길 기대해 본다.

그래도 T-3(타이레놀 3)를 끊고, 새로 나온 Advil을 정해진 시간에 맞춰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몸이 가뿐해진 것은 아니지만, 견딜 만한 수준이니 그 또한 감사한 일이다.

밭에는 바람에 시달려 쓰러진 해바라기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머리가 무거워 고개가 꺾인 해바라기 머리 몇개를 잘라와 색연필로 그려 보았다. 그런데 해바라기의 묵직한 얼굴을 색연필로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라, 쉽게 마르는 아크릴 물감으로 덧칠을 하며 터치업을 했다. 그러다 문득, 올여름 들어 한 번도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노란 연필로 욕심 없이 해바라기 얼굴을 칠하다 보니, 나도 어느새 어린아이가 된 듯한 순수한 마음으로 쉽게 표현할 수 있었다. 인생살이도 결국 그렇지 않을까. 너무 잘 그리려고, 너무 완벽하려고 하다 보면 그림도 인생도 자꾸만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곤 한다.

인생을 이만큼 살면서 생각해보니 쓸데없는 다툼에 마음을 빼앗긴 시간이 많았다. 내 잘났다, 네가 틀렸다 하며 목소리 높이고 얼굴 붉혔던 순간들이 이제 와서 생각하면 참 후회스럽다. 그 시간에 차라리 한 장 더 그림을 그리고, 한 번 더 웃고, 상대에게 한 마디 더 따뜻한 말을 건넸더라면 지금의 기억도 조금은 더 따스하지 않았을까. 인생은 결국 지나가면 다 용서될 일들인데, 괜히 악착같이 붙들고 씨름했던 게 허망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아직은 붓을 들 수 있고, 마음이 움직일 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해바라기처럼 무겁게 고개를 숙일지라도, 다시 빛을 향해 피어나는 마음만은 놓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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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18도 / 수영장 다녀오고 그림 아주 조금 그리다. / 아이들 가족들은 오늘 오후 늦게 핼리팍스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