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여권 만료일을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다. 내가 돌아오는 날짜는 12월 9일인데, 여권 만료일이 내년 1월 15일이니 불과 한 달 남짓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캐나다에서는 6개월 유효기간 규정이 없다고 하지만, 방문하는 나라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은 6개월 이상 남겨 두는 게 안전하다는 것이다.
괜히 조바심이 생겨 아침에 온라인으로 서류를 복사해 들고 Service Canada로 향했다. 그런데 통증이 심해 도저히 차를 탈 수가 없어, 운전해 주려고 나섰던 하숙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다시 침대로 돌아와 누웠다. 요즘 이런 일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는 터라 더는 놀랍지도 않다.
두어 시간 누웠다가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 반. “안 되겠다, 지금 가야 오후 1시에 접수라도 할 수 있지.” 마음을 다잡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몸이 떨리고 통증도 있었지만, 아침보다 나아진 몸을 이끌고 차에 올랐다.
10년짜리 여권이라 Service Canada 빌딩을 찾은 것도 정확히 10년 만이다. 빌딩 안에 들어서니 어렴풋이 기억나는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화살표를 따라가니 “Service Canada”라는 표지가 보였다. 문가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가 물었다.
“서류와 사진 다 준비해 오셨나요?”
“네.”
짧게 대답하니, 할아버지는 손짓으로 창구 쪽을 가리켰다.
나는 줄을 따라 차례를 기다렸는데, 드디어 내 앞까지 왔다. 그런데 직원이 내 사진을 보더니,
“이건 4년 전 사진이네요. 6개월 이내 사진만 가능합니다.”
허탈하게 줄에서 밀려나 바로 문 앞에 있는 사진관으로 가서 새 사진을 찍고 다시 돌아오니, 또다시 맨 뒷줄에서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참고로 여권 사진 2장에 $31 주었다. 시간내어 로컬에서 미리 찍어가도록 권한다.
다시 내 차례가 되어 서류를 내자, 직원이 “오케이”라며 번호표를 주었다. 의자에 앉아 기다리라 했다. 대기석에는 이미 수십 명이 앉아 각자 차례를 기다리며 초조해 보였다. 긴 한숨이 나왔다. ‘이 사람들 다 끝나야 내 차례구나.’ 하지만 어쩌랴. 오늘 끝내지 못하면 출국 전에 여권을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마음을 다잡고 철 의자에 앉았다.
시간은 한 시간, 두 시간 흘러가고 내 주위 사람들은 하나둘 다 떠났다. 허리와 엉덩이는 순교자의 심정으로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 번호 PC074가 불렸다. 주위를 보니 단 한 사람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오늘 마지막 순번이 된 것이다. 하마터면 서류를 못 낼 뻔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직원이 내 서류를 꼼꼼히 확인하면서 몇 군데에 서명을 하게 했다. 그렇게 간단히 접수가 끝났다.
올해 76세인 나는, 아마 10년 후 86세에는 여권을 새로 만들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이번이 내 생애 마지막 여권이라고 믿는다. 여권은 22일에 찾으러 가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리화나 젤리를 사서 하나 먹고, 진정된 허리 통증을 다독이며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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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고 고요하다. / 패스포드 만들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