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전에 글을 쓰려는데, 문우 Y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늘 마음을 나누던 친구였는데, 전 남편과 헤어질때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들려주었다. 나는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며, 오늘 쓰려던 글은 뒤로 미루고 통증으로 신음하다가 약을 털어 넣은 뒤, 결국 컴퓨터 앞에 앉았다.
Y의 남편과의 이혼 과정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다. TV 드라마 ‘사랑과 전쟁’이 따로없다.
Y의 결혼 생활은 늘 무미건조 했는데 남편과는나이 차도 컸고, 정서적으로도 맞지 않아서 결혼 생활은 늘 공허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일하고 돌아온 Y가 남편을 맞이하던 순간, Y는 묘한 예감을 느꼈다. 여자의 촉이었다. 남편을 식탁으로 돌려세우고, 평소 남편이 휴대폰을 두는 자리에 눈길을 두었다. 그곳에는 놀랍게도 휴대폰 잠금 번호가 큼직하게 적혀 있었다. Y는 순간적으로 그 번호를 머리에 입력해 두었고, 곧장 남편의 휴대폰을 열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낯선 여자와의 불륜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것이다. 뜨거운 밤을 함께한 이야기, 그 여자가 차려준 아침 밥상… 심지어는 여자의 집 주소까지 적혀 있었다. Y는 곧장 구글 지도를 돌려 그 집 지붕 색깔과 주변 나무 모양까지 확인해 두었다.
남편 앞에 앉아 Y가 조용히 말했다.
“여보, 내 친구가 이 동네 사는데… 당신이 어떤 여자 집을 드나든다는 소문이 있더라.”
남편은 정색하며 펄쩍 뛰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러자 Y가 침착하게 한마디 더 얹었다.
“근데 그 집 지붕이 빨간색이고, 양쪽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서 있던데… 맞지?”
그 말에 남편은 할 말을 잃고 입을 다물었다.
Y는 곧장 그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대는 Y보다 열 살이나 더 많은 70대 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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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야, 나 아무개 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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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간녀: “아니, 누가 이렇게 무식하게 반말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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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니는 내 남편이랑도 재미보고, 니 늙은 남편이랑도 재미보냐? 두 집 살림이 재밌냐?”
순간, 전화기 너머로 정적이 흘렀다. 상간녀는 제대로 대꾸도 못했다.
Y는 이어서 말했다.
“에이구, 나이 들어서까지 남의 집 살림에 기웃대는 꼴이 참 가관이구먼. 혹시 지붕도 빨갛게 칠해놓고, 인생도 빨갛게 불태우고 싶었나 보지?”
그야말로 한치 양보 없는 말빨이었다. Y는 속이 시원해지는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결국 남편은 기로에 서게 되었다. 상간녀로부터는 절교 선언을 받았고, Y는 주저 없이 이혼 서류를 접수했다. 사실 Y는 기지 넘치고 성실하게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멋진 여인이다.
“참, 세상은 요지경이에요. 드라마에서나 보던 ‘무식한 아내’의 저질스러운 대사가 내 입에서 툭툭 튀어나왔다니, 나 스스로도 믿기지 않아요. 그런데 말이죠, 그렇게 하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해요. 다행인것은 그쪽에서 이혼할 기회를 만들어준것이 내게는 행운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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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20도 / 맑음 / 수영장 다녀오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