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반 동안 세브란스병원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등록을 하고 표를 받은 뒤 의사를 만나기까지 여러 절차를 거쳐, 마침내 의사와의 면담에 이르렀다.

피검사, 골밀도 검사, 주사, 엑스레이 촬영 등을 위해 순서를 기다려야 해서 시간이 걸렸지만, 필요한 검사를 한 번에 다 할 수 있다는 점은 다행이었다. 보험이 없는 나는 오늘만 해도 캐나다 돈으로 약 1,500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병원은 아픈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침대에 누워 꼼짝도 못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그저 걸어 다닐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엑스레이실 앞에서는 침대를 밀고 들어가던 환자가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주변 사람들 모두가 안타까움을 함께 느껴야 했다.

한국의 체계적이고 정돈된 대형 병원 시스템을 보니, 빅토리아 병원의 우중충함과 느림이 떠올라 괜히 씁쓸해졌다. 캐나다는 진료를 공짜로 받을 수는 있지만, 정작 크게 아플 때는 속수무책인 현실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스러웠다.

내가 만난 김경현 의사는 한국에서 손꼽히는 척추 신경 전문의로, 명성이 자자한 분이다. 내 엑스레이를 살펴본 그는 지금은 수술할 단계는 아니며 우선 뼈를 보강하는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권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여섯 차례 맞고, 다시 검사를 한 뒤 향후 치료 방향을 정하자는 것이다. 오늘 첫 주사를 맞았고, 귀국 전까지 두 번 더 맞기로 했다. 나머지 세 번은 처방전을 받아 캐나다에서 맞을 예정이다.

앞으로 70일 동안은 언니와 함께 전주에서 머물 계획이다. 언니 집에는 노인들을 돕는 방문 요양사가 매일 와서 집안일과 식사를 챙겨준다니, 언니 덕분에 마음 편히 쉬다 갈 수 있을 것 같다.

** 기도 많이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제부터는 가끔씩 생각 날때마다 기도해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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