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과 저녁 사이, 메뉴판에 고등어 구이가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시간이 어중간해서인지 식당 안에는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영업 하나요?” 하고 물으니 주인 아줌마가 “혼자예요?”라며 묻는다. 내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아줌마는 나를 식탁으로 안내하며 “조금 시간이 걸립니다”라고 말해준다. 나는 속으로 “24시간 백수인데 오래 걸리면 더 좋지요”라며 혼잣말을 흘려본다. 밥이 나오길 기다리며 가져온 책을 펼쳐 놓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사실 아무 일도 안 하니 힘 쓸 일도 없고 배도 안 고프다. 그래도 적당히 먹어둬야 밤에 잠이 잘 올 것 같아 오후 세 시 반쯤 늦은 점심을 챙겨 먹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 저녁은 굳이 안 먹어도 되니까. 결과적으로 지금까지도 배는 든든하다.
잠시 후,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구운 고등어가 내 앞에 놓였다. 아줌마는 “맛있게 드세요”라며 반찬도 정성스레 갖다 놓는다. 한국 식당 밑반찬을 이렇게 마주하는 건 참 오랜만이다. 미역 삶은 것과 쌈장은 독특한 맛이었고, 국물이 심심한 된장국은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남이 해준 밥을 먹으니 내 노동이 줄어들고, 덕분에 멍 때릴 시간은 더 많아진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편한 건 확실하다. 밥 값을 지불하고 받은 잔돈 2천원을 팁으로 주니까 놀라면서 오랫동안 머리를 숙여 고마워한다. 사실 캐나다 식당 에서는 평균 18% 팁을 주기 때문에 2천원은 정말 적은 돈이다.
약국에 약을 사러 갔을 때의 일이다. 약사가 내가 낸 종이를 보더니 “이건 환자 보관용인데요?”라며 다른 걸 가져오라고 한다. 나는 한국에서 약을 처음 사보는 거라, ‘환자용’과 ‘약국용’이 따로 있는 줄도 몰랐다. 두 장이 어쩐지 똑같아 보이더니, 맨 위 오른쪽에 구분이 적혀 있는 걸 약국에 와서야 알았다.
몇 시간 후에 ‘약국용’ 종이를 다시 가져다주니, 약사가 “오시느라 수고하셨어요”라며 드링크 한 병을 건네준다. 이게 한국식 정서인가? 아니면 내 모습이 하도 어설프고 불쌍해 보여서였을까.
거울에 비친 내 꼴을 상상해 보라. 영락없이 ‘얄굿은 할매’다. 약 봉지를 들고 삐그덕삐그덕 걸으면서, 허리엔 복대를 둘렀고, 머리칼은 보라색으로 염색한 희안한 할매가 아닌가. 게다가 한국말 중간중간에 영어 단어가 불쑥 튀어나오니, 약사가 볼때 혹시 치매 초입 할매 아닌가?” 라고 생각 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참 세상은 재미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