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길 건너 커다란 화분에 심은 감나무에서 이렇게 탐스러운 감들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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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잠이 깨길래 하숙생이 어떻게 지내시는지내고 계시는지 궁금해서 카톡을 보냈다. 하숙 선생님은 마침 궁금한 게 많았지만, 전화를 하려다가 한국은 밤이라 참고 있었다며 이것저것을 묻기 시작했다.
점심때 누가 온다면서 핏자를 만들 준비 중이라지 않은가. 하숙집 아줌마가 늘 손님을 치르더니, 이제는 하숙생까지 물이 들었다. 아줌마도 없는 집에서 손님을 초청하다니… 허허허, 이 얼마나 보기 좋은 일인가.
내가 말해 주었다.
“핏자는 오븐을 400도로 예열하고, 이틀 전에 내가 카톡으로 보낸 대로 하시면 돼요.”
그러자 하숙생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예, 걱정 마세요. 타핑은 말씀해주신 대로 다 준비했어요. 파인애플, 피망, 양파… 그리고 냉동실에 보관해 둔 바나나칩도 꺼냈고요. 아, 삼겹살도 준비했어요!”
나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
“아니, 핏자에 무슨 삼겹살을요?”
잠시 뜸을 들이던 하숙생이 말한다.
“아, 제가 엘리샤 씨가 핏자에 넣던 걸 봐 두었거든요.”
그 순간 머릿속이 갸우뚱. ‘내가 언제 삼겹살을 핏자에?’ 한참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깨달았다.
“혹시 베이컨을 말하는 건가요?”
“맞아요, 맞아! 베이컨요.”
순간 너무 우스워서 ‘하하하’ 웃고 말았다.
“베이컨은 맛있죠. 근데 기름이 많으니 미리 구워서 빼야 해요.”
그러자 하숙생이 의기양양하게 대답한다.
“그렇지 않아도 ChatGPT에 물어봐서 다 해놨어요.”
아하, 내게 물어보려다 밤이라 못 하고, 결국 ChatGPT 선생님께 도움을 청했다는 것. 잘했다고 칭찬을 한아름 퍼부어 주었다. 요즘은 궁금한 게 생기면, ‘하숙집 아줌마’보다 더 믿음직한 ‘ChatGPT 선생님’이 있으니 든든하지 않은가.
그런데 어제는 우동을 끓였는데, 미리 삶아서 냉동된면을 너무 많이 삶아서 죽이 되어 버렸다며 탄식한다. 이어 하는말이 “아이고, 아침 먹고 치우면 금방 점심이고, 또 치우면 저녁 준비해야 돼요. 부엌에서 뱅뱅 돕니다.”
나는 배를 잡고 웃었다.
“푸하하! 아니 혼자서 뭘 그렇게 열심히 해 잡수세요? 그냥 대충 해서 드세요.”
그러자 하는 말이, 잘 해먹는 것도 아니고 냉동실에서 꺼내다 먹고, 남은 음식들 다시 포장해서 냉동(냉장)실에 넣고 설거지하는데도 하루가 훌쩍 짧다지 않나.
팔순 넘어서 이제야 ‘홀로 서는 법’을 배우고 있다니, 참 기특한 일이다. 이러다 내가 12월에 빅토리아로 돌아갈 즈음이면, 하숙생은 이미 일류 요리사로 거듭나 있을 듯하다. 움직이면 건강에도 좋고 머리도 돌아가고 일거양득이다. 앗싸 앗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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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22도 / 낮에 빅토리아에서 함께 신앙생활하던 부부가 나를 찾아와서 함께 식사를 했다. 먼길 와준 두분에게 감사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