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조카가 책 몇 권을 빌려줘서 요즘처럼 널널한 시간에 열심히 읽고 있다. 그중 한 권의 제목이 **『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인데, 그 속에서 한 작가가 붙여놓은 소제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살아온 시간보다 아직 살아갈 날이 많다.”
나는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속으로 ‘흥! 지가 어떻게 살아 있을 날들을 알어?’ 하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글쓴이가 이 글을 쓸 당시 나이가 57세였는데, 그 숫자를 곱하면 114세다. 그렇다면 그는 자신이 114세를 훌쩍 넘길 거라 믿거나, 최소한 기대한다는 뜻일까. 그런데 막상 글의 내용은 제목과는 전혀 동떨어진, 자신의 전공 분야를 늘어놓는 데 그쳐서 두 번을 읽어도 제목이 주는 메시지와는 연결점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생각한다. 작가는 글을 발표할 때 무엇보다 신중해야 한다. 제목은 독자의 마음을 여는 첫 관문이다. 제목과 내용이 따로 놀면, 독자는 실망하고 신뢰를 잃는다. 그 작가가 저 문장을 내걸었던 의도는 어쩌면 남아 있는 날들을 기대하며 희망을 가지자는 뜻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 살아갈 날이 많다”는 표현은 내게는 불편하고 가볍게 들렸다. 삶은 단순한 산수 계산으로 남은 날들을 더하거나 빼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에 나 역시 책을 발간하면서 수없이 고치고, 여러 사람의 교정을 거쳐 간신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다시 들춰보면 오탈자나, 숫자의 오류를 발견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놓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절감하게 된다.
결국 글쓰기는 책임감이다. 글은 누군가의 마음에 씨앗처럼 뿌려진다. 씨앗이 좋은 열매를 맺을 수도, 잡초처럼 남의 마음을 어지럽힐 수도 있다. 그래서 작가는 쉽게 쓰지 말아야 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를 잃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곧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다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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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23도 / 약간 습도가 있어서 간간이 에어컨을 켜곤 한다. / 7-11애 잠시 들려서 일용품을 몇가지 사가지고 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