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쪽 오촌 여조카에게서 카톡이 왔다.

“언니, 오늘 저녁 8시 20분 SBS에서 추석 특집으로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가 방영돼요. 우리 딸 허경희가 이 프로그램의 오디션을 통과해서 모델팀 소속으로 벌써 3년째 활동 중이에요. 이 팀의 대표적인 에이스가 바로 경희와 마시마예요.”

나는 ‘골때녀’가 무엇인지 몰라 다시 물었고, 조카는 여자 연예인과 모델들이 직접 축구를 하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시간이 되어 전주에 사는 언니와 미국에서 온 조카 정미와 함께 SBS 채널을 고정해두고 시청을 시작했다. 2시간 동안 이어진 경기에서 내가 응원하는 ‘골때녀 팀’이 훌륭한 경기력으로 좋은 점수를 얻었고, 화면 속에서 기뻐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미녀들이 축구도 잘하다니, 하늘은 왜 이렇게 불공평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 중에서도 모델이자 축구선수로 활약 중인 허경희의 엄마는 내 사촌 언니의 딸, 즉 내 오촌 조카다.

그 4촌 언니의 결혼 이야기는 지금 생각해도 영화처럼 드라마틱하다.
그 시절, 형부(언니의 남편이자 나의 4촌 형부)는 정부 기관에서 일 하셨는데, 어느 날 시골 삼계를 지나던 중 밤이 늦어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어 산골의 한 집에 하룻밤 묵게 되었다.
그 집의 주인은 다름 아닌 우리 이모님이었다. 갑작스러운 손님에 놀라긴 했지만, 따뜻한 식사와 잠자리를 내어주셨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 형부는 이 집의 맏딸이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처녀를 보게 되었는데, 그가 바로 내 4촌 언니였다. 그 만남은 단 하루였지만, 형부의 마음에는 이미 불꽃이 일었다.
서울로 돌아간 뒤에도 그녀의 얼굴이 잊히지 않아, 결국 다시 삼계를 찾아가 직접 청혼을 했다.
그렇게 맺어진 인연이 세월을 지나 오늘의 허경희로 이어진 것이다.

지금은 두 분 다 세상을 떠나셨지만, 나는 오늘 밤 TV 속에서 땀 흘리며 축구팀에서 활약하는 허경희를 보며 그 옛날 산골의 하룻밤 인연으로 시작된 아름다운 사랑의 계보를 떠올렸다.
한 세대의 사랑이 또 다른 세대의 빛으로 이어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삶의 경이로움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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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낮에는 25도. 아직도 한국은 여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