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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생신 2차 축하모임이 열렸다. 마침 미시간에 있는 조카 정미가 보낸 장미꽃다발이 파티 직전에 도착해, 분위기를 더욱 환하게 밝혀주었다. (정미야, 고마워~)

예정대로 월남쌈을 준비했다. 언니의 요양보호사 이정미 씨의 도움이 컸다. 함께 음식을 나누는 일만큼 인생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일이 또 있을까. 딸아이는 늘 나를 두고 “엄마는 파티걸”이라 부르는데, 오늘도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파티는 네 시간 넘게 이어졌다. 누구 하나 먼저 일어설 생각이 없었다.

참석자들은 모두 평소 언니와 가까이 지내던 분들이었다. 한 분은 늦게 도착해 단체사진에는 빠졌지만, 끝까지 설거지를 도맡아 해 주고 돌아간 고마운 권사님이다.

** 왼쪽으로부터 송성희장로, 이정미선생, 김순옥권사, 윤춘자장로,김옥희권사

3년 전 전주에 정착한 언니는 이제 이곳 생활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전주 사람들은 어찌나 친절하고 예의가 바른지, 언니는 미국에서의 세월을 잊은 듯하다. 나 또한 일주일 남짓 함께 지내며 느꼈다. 말투는 부드럽고, 행동엔 절제가 깃들어 있다. 큰 소리 내는 사람 하나 없고, 서로를 배려하며 품위를 지키려는 마음이 자연스럽다. 경상도의 억센 정서 속에서 오래 살아온 나로서는 조금 낯설지만, 동시에 신선하고 감탄스러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주 여인과 결혼한 남자들은 복 받은 사람들이다.

오늘만 봐도 그렇다. 언니의 부엌엔 그릇이 많지 않았는데, 이웃들이 파티용 그릇과 전기 기구들을 직접 챙겨와 도와주었다. 이야기꽃이 피자 웃음과 정담이 끝없이 이어졌다. 그 중 한 분이 “전주는 예로부터 부유한 고장이라, 너무 애써 일하지 않아도 살만했어요. 그래서인지 발전이 더딘 게 불만이에요.”라며 웃었다. 듣고 보니, 그 말 속엔 여유와 만족이 함께 묻어 있었다. 전주는 예로부터 편안한 도시, 사람 냄새 나는 도시였던가 보다.

언니가 다니는 교회도 전주의 인심을 닮았다. 분위기가 참 따뜻하다. 매주 수요일이면 지역 어르신들을 초청해 정성껏 점심을 대접하고, 커피는 직접 볶은 원두로 내린다. 남자 집사 한 분이 바리스타 역할을 맡고 있는데, 그 정성스러운 모습이 인상 깊다. 커피 원두는 모두 교인들의 도네이션으로 마련되며, 이름은 칠판에 적혀 있다. 겉치레보다 마음이 앞서는 공동체다.

내일은 토요일 새벽기도회가 있다. 기도회가 끝나면 교회 카페에서 삼삼오오 모여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운다고 한다. 언니가 “얘, 너도 내일은 기도회 같이 가자” 하니, 나도 결국 끌려가게 생겼다. 하지만, 이런 전주의 따뜻한 새벽 공기와 사람들의 정을 또 한 번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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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구름과 비 / 언니와 산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