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어김없이 10시 15분이 되면 나는 수영장 물속으로 풍덩 들어간다.
이젠 물속에서 남자 몸이 스치더라도 놀라지 않는다. 제법 익숙해졌다.
매주 이 시간에 오는 사람들의 얼굴도 이제 다 눈에 익었다.
물속 걷기를 절반쯤 했을 때였다.
늘 멀찍이서만 보던 남자 한 분이 점점 내 곁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냥 스쳐 지나가겠지 했는데, 그가 멈춰 섰다.
나는 모르는 척, 물살을 가르며 걷기만 했다.
그런데 그가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흠, 뭐지?’ 하고 슬쩍 쳐다보니, 그가 먼저 말을 건넸다.
“매일 오시나 봐요? 정말 열심히 운동하시네요.”
“네, 저는 잠시 머무는 중이라 집에 돌아가기 전까지 매일 와요.”
“아, 외국에서 오셨나요?”
“네.”
“한국말을 참 잘하시네요.”
“그럼요. 한국말이 영어보다 훨씬 편해요.”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물속을 걷는 동안 이어졌다.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시계를 보니 언니 요양보호사가 픽업하러 올 시간이 불과 5분 남았다.
“아이고, 실례해요. 이제 나가야 해서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저도요. 오늘 즐거웠습니다.”
그는 자기 이름이 ‘순창…’이라며 “전북 남쪽에 있는 지명 아시죠?”
“끝에 한 글자만 더하면 제 이름이에요.”
그 말이 어쩐지 장난스럽게 들렸다.
집에 와서 전라북도 지도보다가
‘순창, 순창… 아, 여기있네 그런데 다음 글짜가 뭐더라?’
그러다 피식 웃음이 터졌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걸까?
젊은 남녀가 첫눈에 반해서 “차 한 잔 하실래요?” 하며 역사를 써 내려간다면,
노년의 남녀는 그렇게까지는 아니어도
서로에게 말을 걸고 잠시나마 대화를 나누는 일만으로도 흔치 않은 일이다.
물속에서 화장기 하나 없는 내 얼굴,
등이 굽은 내 몸매는 예전의 곧은 선을 잃어버려 여자로서의 매력은 zero다.
그 남자가 내 외모를 보고 다가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어쩌면 그도 나처럼
누군가의 눈빛 속에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얼굴이 예쁘다고 남자가 다가오는 건 아니다.
평범해도, 나이 들어도,
그 여자의 어딘가에 끌려 말을 걸고 싶어질 때가 있다.
76세에, 물속에서 남자가 말을 걸어오다니. 이런 일은 내 일기장에 기록해둘 만하다.
나는… 아직도 여자인가?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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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약간 온도가 내려갔다. / 11도 / 수영장 다녀오고 언니와 산책 그리고 ‘찾집 온’에 들려서 차를 마시고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