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물속을 잘 못 걷는다는 여자가 나를 보더니 반색을 하며 손을 흔든다.
“이리 오시오잉! 천천히 걷는 사람들끼리 같이 갑시다잉~”
그야말로 러브콜이었다.
한번 인사를 나누고 나니 서로의 사정을 이해한 사람들처럼 금세 친해졌다.
“우리 이제 친구요!” 하듯 웃는 얼굴에 나도 덩달아 “흐흐흐” 웃음이 터진다.
오늘도 내 팔을 “팍!” 치며 비집고 지나가던 여자가 있었다.
내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그녀가 헐레벌떡 말한다.
“아이구 미안해요잉! 나는 물에 발이 닿으면 다시 못 올라와부러서, 이 줄을 못 놔부렀당께~”
그러곤 “헤헤헤~” 웃는데, 어찌나 귀여운지 그냥 용서가 된다.
가끔은 뒤로 걷는 사람에게 등을 “쿵!” 맞을 때도 있다.
그럴 땐 일부러 “아~~!” 하며 큰 소리를 지른다.
그러면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사투리.
“아이고, 내 뒤에는 눈이 없응께 미안허유!”
이런 너스레, 정겹지 않은가.
그런데 또 어떤 여자는 내 등을 “팍!” 치고 가면서
“아이고나, 깜짝 놀랬슈?” 한마디 하고 휙 지나간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뭐지? 세상은 참 가지각색이다.
“댁은 언제부터 왔수?” 하고 누가 말을 건넨다.
“네, 3주 전에요.” 하자, 그녀가 대뜸 말한다.
“긍게, 첨 보는 얼굴이여.”
아하, 여긴 이미 그들만의 ‘아지트’였다.
새로 온 내가 “아악~ 아야~” 하며 물속에서 소리를 지르니,
아마 ‘길 잃은 오리 한 마리’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말리는데, 갑자기 누가 내 드라이어를 낚아채더니
자기가 내 머리를 ‘고슬고슬’ 말려주고 있다.
“당신, 혹시 헤어드레서예요?” 하니까
“아녀~ 그냥 손이 근질근질해서~”라며 내 머리칼을 요리조리 말려준다.
감사해서 고개를 몇 번 숙였지만, 속으로는 이런 생각이 스친다.
‘내가 그렇게 서툴러 보였나? 이건 좀 심한 오지랖 아닌가?’
수영복을 입을 때면, 젖은 몸이라 옷이 잘 올라가지 않는다.
몸이 자유롭지 않으니 한참 씨름하고 있는데,
옆 아줌마가 “에이~ 답답혀라” 하더니
우악스러운 손으로 수영복을 ‘쭉쭉’ 올려주고 끈까지 정리해준다.
순간 놀랐지만, 그 손길이 묘하게 따뜻하다.
어제는 비누를 깜빡하고 안 가져왔는데,
옆 사람에게 “비누 좀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물었더니
다른 쪽에서 “비누 여기 있당께~” 하며 내민다.
내가 고맙다고 허리를 굽히자, 그녀가 덧붙인다.
“비누 말고 딴 것도 필요하면 말혀유~”
참, 이런 곳에선 사람 냄새가 난다.
하여튼, 이곳은 매일매일 나에게 ‘기사거리’를 선물한다.
이젠 리셉션 직원이며 마루 청소하는 아줌마와도 웃으며 인사하는 사이가 됐다.
첫날의 긴장, 둘째 날의 혼란은 이미 지나갔다.
이제는 누가 내 곁을 지나가다 “미안해요~”라며 먼저 사과한다.
혹시 이런 소문이라도 난 걸까?
“저 여자 곁 지나갈 땐 조심혀~”
히히히—
오늘도 나는 물속에서,
바람 빠지는 웃음을 홀로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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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14도 / 맑음 / 수영장 다녀오고, 언니와 걷기 ‘찻집 온’에 다녀오다. / 교회 많은 분들이 반찬을 만들어 가지고와서 주고간다. 한 두 사람이 아니다. 내가 요리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 오곡을 넣은 찰밥을 만들어 언니를 공양해 드렸다. /






